연합뉴스 인터뷰…"거부권은 野 다수당일때 활용 가능한 헌법적 권한, 더 행사해도 돼"
"공영방송 사장·이사 임명에 정부 관여 차단할거면 민영화 하는게 맞아"
"野, 여소야대 국면서 탄핵까지 무기 삼는 것 정말 잘못…해임건의는 얼마든"
법제처장 "단체가 공영방송 이사추천, 국민대표성 없어…방송법 거부권 타당"
이완규 법제처장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방송 관련 3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대통령제에서 야당이 다수당일 때 정부 정책과 배치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고, 헌법적으로 더 자주 행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거부권은) 대통령제에서 야당이 다수당일 때 활용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이자 문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처장은 "단임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국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는데, 국회를 통과한 법이 국정 방향과 역행한다면 국민이 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며 "그간은 국회에서 무리하게 법안을 안 만들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적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야당이 방송 3법 등 여야간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법령 해석 주무 부처 수장인 이 처장이 대통령 거부권의 정당성을 피력한 셈이다.

방송 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묶어 통칭하는 말이다.

공영방송인 KBS, MBC, EBS 이사회 이사를 대폭 늘리면서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단체 등 외부로 확대해 정부와 국회의 영향력을 줄였다.

이 처장은 방송 3법에 대해선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가 권력을 국민이 행사하는 것"이라며 "KBS 등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공영방송 기관에 대한 운영도 국가 권력 운영의 하나이므로 국민이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스템이 있어야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에 더 주는 내용과 관련해선 "국가가 출자하는 공영방송의 운영에 국민 대표성이 없는 유관 학회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임명권"이라며 "그런데 여러 학회와 단체가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하면 그 사람들이 어떤 민주적 정당성으로 국민을 대표하는가.

국민 대표성의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방송법은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KBS 사장 임명을 위한 국민 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 100명을 뽑는다는데 어떻게 국민 대표성을 확보할 것인가"라며 "방송 독립성과 폭넓은 국민 의사 반영이 취지라고 하지만,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와 국민 대표성 원리에 맞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국가 출자 기관의 이사·사장 임명 과정에 정부 관여를 끊어놓으려면 민영화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라며 "현행법상 여권 편향 이사회 구성이 문제라면 독립성에 필요한 구조를 바꿔야지, 개정안 내용은 오히려 이사진 운영을 편파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법제처장 "단체가 공영방송 이사추천, 국민대표성 없어…방송법 거부권 타당"
이 처장은 야당이 정부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에 대해선 "국정이 꼬일 때 얼마든 할 수 있고 더 많이 해도 된다고 본다"며 "국민에게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국회와 대통령에 부여된 헌법적 장치가 (각각) 해임 건의안과 거부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위원 등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는 "정부 부처를 일시적으로 절름발이를 만들고 정치적 타격을 주려는 용도이지, 헌법이 정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야당이 국정 전반에 대해 무조건 다 안 해주는 식인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탄핵까지 무기로 삼는 것은 정말 잘못"이라며 "정부·여당과 야당의 강경 대치가 계속되는 현 국정 상황이 정상적이진 않지만, 일차적 책임은 야당에 있다"고 언급했다.

법제처장 "단체가 공영방송 이사추천, 국민대표성 없어…방송법 거부권 타당"
이 처장은 현 정부가 '시행령 통치'를 한다는 야당의 비판에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전(前) 정부에서 법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그걸 바로잡고 있는 과정인데 시행령 통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시행령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적법한 법치주의"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그러면서 전 정부가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개정한 수사 준칙에서 검사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권한을 막고 경찰에 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형사소송법과 배치된다고 지적했고, 일명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개정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에서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폐지한 내용은 해당 조항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법 처리의 절차적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효력을 인정했는데 헌재가 위헌 선언을 해야 했다"며 "얼마나 위법해야 무효로 인정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처장은 아울러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의 자격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제처가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는 "당사자의 경력이 방통위원으로서 결격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상황이었고, 올해 안에 결론을 내려던 와중이었다"며 "당사자가 사퇴하며 끝나긴 했으나,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