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중장년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 대회는 서울시의 중장년 집중 지원 정책인 ‘서울런4050’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박영훈 위제이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 우도희 아이뷰 공동대표(다섯 번째)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지난달 22일 ‘중장년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 대회는 서울시의 중장년 집중 지원 정책인 ‘서울런4050’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박영훈 위제이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 우도희 아이뷰 공동대표(다섯 번째)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업계 15년차, 44세. 잘나가던 태양광 중견기업의 영업총괄이사(COO)로 일하던 박영훈 씨는 한참 커리어가 무르익던 지난 3월 창업에 도전했다. 새로 판 명함은 에너지 컨설팅 전문기업 위제이 대표.

그는 “그동안 정부가 주도하던 태양광 발전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기 시작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며 “기업에 적절한 태양광 솔루션을 소개하고, 에너지 관련 정부 지원사업을 컨설팅해주는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를 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5일 서울 마포구 50플러스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엔 워낙 20~30대 젊은이가 많아서 중년 이후 창업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적은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수개월 동안 적잖은 ‘삽질’을 했다. 아는 것이 많은 게 병이었다. 박 대표는 “전문성이 있고 여러 가지 우려를 하면서 출발하는 게 중년 창업이기 때문에 라면에 집중하는 대신 다양한 사업에 발을 걸쳐두는 ‘김밥천국식’ 사업 계획을 짜는 게 대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본인도 그랬다고 했다. “처음엔 기업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기요금을 절감해 준다거나, 최적의 태양광 솔루션을 짜준다거나, RE100에 맞는 계획을 세워준다거나 온갖 좋은 걸 다 넣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소비자도 투자자도 저에게 주목하지 않더군요.”

실무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백오피스 기능을 직접 하는 데 따르는 애로사항도 컸다. “연말정산을 도와주는 총무팀도 없고, 지시하면 서류를 작성해 주는 대리도 없고, 컴퓨터를 오래 보면 눈이 침침하다”며 그는 웃었다.

CJ프레시웨이에서 메뉴 개발과 교육 업무를 맡던 ‘베테랑’ 김혜정 아이뷰 대표도 40세 넘어 창업에 도전한 인물이다. 그는 “만 40세가 되던 2년 전, 내 이름 석 자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요리와 교육을 결합한 밀키트 제품으로 히트를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약과쌀강정 만들기, 재활용품을 전혀 쓰지 않은 콩고기 키트 등을 개발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판로 확장과 마케팅 노하우, 고객 응대 등 모든 게 부족했다. 김 대표는 “고객은 잘 만든 상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한다는 점을 가장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요즘 엄마’ 등의 구매 유입 경로를 보강했고, 업계 마케팅 전문가 우도희 대표를 공동 대표로 영입했다.

두 회사는 모두 지금 꽤 성과를 내고 있다. 박 대표의 에너지 절감 서비스 ‘줄이고(Zurigo)’는 강원랜드와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해 2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 대표도 최근 대기업,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 학교, 장애인복지관 등으로 사업 영역 다각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중년의 창업에 적합한 도움을 얻은 곳은 ‘힙’한 스타트업 네트워킹 장소가 아니었다. 비슷한 사람이 모인 곳이었다. 대부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만 34세 이하, 39세 이하 등 청년을 대상으로 하기에 40세만 넘어도 문이 좁아진다. 설령 연령 제한이 없는 사업에 포함돼도 상당수 창업자는 청년이다. 중년 창업가는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이들과 경쟁해야 하고, 사업에 선정돼도 ‘그들만의 네트워킹’에 밀리기 일쑤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고령사회 대비를 위해선 40~50대의 준비된 창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창업 교육·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 3만~5만원에 공유 오피스도 제공한다. 두 기업도 재단 창업 컨설팅 프로그램을 거쳐 최근 경진대회에 입상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춘 중년 창업가들이 같은 호흡으로 서로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50플러스재단 창업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대훈/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