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 석전기념실 개편…서예 작품·유품 등 100여점 전시
붓 움켜쥐고 수전증 극복한 예술혼…서예가 황욱의 공간 새 단장
서예가 석전(石田) 황욱(1898∼1993)은 붓을 움켜쥐고 쓰는 악필(握筆)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서예를 공부한 뒤 담담한 듯 단아한 서풍을 선보여온 그는 수전증으로 붓을 잡는 게 어려워지자 악필법을 개발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역경을 딛고 묵묵히 서예 한 길을 걸은 석전과 그의 예술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다시 태어났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석전 황욱의 서예 작품과 옛 책, 편지 등 관련 유물을 모은 전시 공간인 '석전기념실'을 새로 개편해 관람객에게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붓 움켜쥐고 수전증 극복한 예술혼…서예가 황욱의 공간 새 단장
석전기념실은 2002년 11월 처음 문을 연 박물관 내 전시 공간이다.

아들인 황병근 씨가 1990년 기증한 친필 작품과 유품, 수집품 등 5천여 점을 토대로 석전을 기리고 전북 지역 주요 서화가의 작품, 전적을 전시해왔다.

새로 단장한 기념실은 100여 점의 유물로 석전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중앙 서단에 나서지 않았던 초기의 글씨부터 수전증을 극복하기 위해 악필법을 구사한 1965∼1983년, 왼손 악필을 시도한 1984∼1993년 서풍을 볼 수 있는 여러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붓 움켜쥐고 수전증 극복한 예술혼…서예가 황욱의 공간 새 단장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운강서실'(雲岡書室)은 단정한 서체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1964년 가을에 쓴 이 작품에는 말년의 독특한 글씨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잘 알려진 호인 '석전'이 아니라 '금강산인'(金剛山人)이라고 적혀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가 80세 작품 '초서오언시 병풍'(草書五言詩 屛風)은 악필법을 구사하던 때 쓴 글씨지만, 부드럽고 아름다운 붓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왼손으로 악필을 구사하며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던 시기인 1990년에 완성한 '무'(舞), 글자를 크고 작게 번갈아 배치한 점이 눈에 띄는 '사필귀정'(事必歸正) 등도 전시된다.

붓 움켜쥐고 수전증 극복한 예술혼…서예가 황욱의 공간 새 단장
관람객은 석전이 남긴 작품 세계를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주 오목대, 한벽당 요월대 현판을 비롯해 생전 휘호(揮毫·붓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일컬음) 장면 등이 화면 너머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평소 사용했던 안경, 담뱃대, 가족·지인과 주고받은 편지 등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역경을 극복한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예술정신으로 이뤄진 석전의 삶과 그 속에서 탄생한 예술혼이 깃든 개성적인 글씨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