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연임금지에도 또 출마…국회, 휴직 승인·법원 '재선 가능' 해석
엘살바도르 국회·법원, '대통령 재선 위헌 논란'에 눈감아
헌법상의 연임 금지 규정에도 내년 2월 대통령선거 도전에 나선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선거 유세를 위한 6개월 휴직을 승인했다.

엘살바도르 국회는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 "전날 밤 임시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대통령 무급휴직 신청안을 재석 의원 78명 중 찬성 67명 대 반대 11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여대야소로 꾸려진 엘살바도르 국회는 또 클라우디아 후아나 로드리게스 데 게바라 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하는 안도 승인했다.

권한대행은 이 나라 헌법에 따라 부켈레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이로써 부켈레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위한 법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고, 부켈레는 내년 2월 4일로 예정된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엘살바도르 국회·법원, '대통령 재선 위헌 논란'에 눈감아
다시 대선에 출마하려는 부켈레 대통령의 시도는 위헌 논란 속에 진행됐다.

우파 민족공화연맹(ARENA)과 좌파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30년 양당 구도를 깨고 2019년 대권을 거머쥔 부켈레 대통령은 2021년 총선에서 소속 정당인 '누에바이데아스'(새로운 생각)와 여당 성향 국민통합대연맹(GANA)의 압승을 발판으로 자기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84석 중 61석을 여당이 장악한 엘살바도르 국회는 출범 첫날인 2021년 5월 1일, 대법원 헌법재판부 판사 5명 전원을 여권 측 인사로 물갈이한 데 이어 야권 성향의 검찰총장도 축출했다.

좌우 양당으로 꾸려졌던 기존 국회와 사사건건 부딪쳤던 부켈레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모두 사실상 '자신의 편'으로 만든 셈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강력한 '범죄와의 전쟁'과 부패 척결 의지로 국민에게서 90%대의 높은 지지를 받던 부켈레 대통령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등 이때부터 자신의 정책을 거침없이 펴 나갔다.

이어 그는 '5년 임기의 대통령 연임 금지'라는 헌법 조항에도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로 했고, 대법원 헌법재판부는 "재선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려 그에게 '골든 로드'를 깔아줬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각종 규정을 손질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켈레 대통령의 앞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엘살바도르 국회·법원, '대통령 재선 위헌 논란'에 눈감아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국내·외의 지적 속에 부켈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자기 소개란에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라고 적어 놓는 등 조소 섞인 방식으로 반대파의 비판에 대응하기도 했다.

한편, 부켈레 대통령은 휴직 전 마지막 공식 행사로 전날 저녁 국립경기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경기장은 중국 자본 투입으로 건설된다.

사업비는 1억 달러(1천3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인 디아리오엘살바도르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