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26개월 만의 최대 실적으로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나면서 두 달째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도 6개월째 흑자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2.9% 급증하면서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한 게 크게 한몫했다. 자동차(21.5%), 2차전지(23.4%), 바이오헬스(18.8%) 등 주력 산업이 다 좋다.

뚝 떨어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위시해 주요 경제지표가 들쭉날쭉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통계여서 더 주목된다. 우리 경제에 아직은 수출만큼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비중 있는 지표가 없다.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은 게 걱정일 정도다. 예고된 것이었지만 반도체 수출 회복이 반갑다. 반도체 업황 호전이 글로벌 대세로 굳어지면 내년 수출에서도 큰 디딤돌 하나는 확보한 셈이다. 산업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글로벌 불황일 때 타격도 심각하지만, 반도체라는 든든한 돌파구가 경제 침체기에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내년부터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면 고급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래저래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중국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도 돋보인다. 넉 달 연속 100억달러를 넘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시장을 더 개척하는 등 수출 전략 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당위론은 그대로다. 하지만 교역이 그 어떤 요인보다 국가 간의 선린 우호를 보장한다는 전통 이론에서 볼 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이웃이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커진 교역인 만큼 경제적으로 호혜 대등한 관계를 잘 유지해가는 게 중요하다.

수출을 동력 삼아 장기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右)상향 수출’ 기조를 굳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빨리 연 3%대 성장률이라도 확보해야 고용 여력이 좋아지고 재정 걱정도 덜게 된다. 일각에서는 “경제 한파가 온다”며 내년 경제를 여전히 어둡게 보는 게 현실이다. 근거 없는 비관론은 아니다. ‘수출 올인’ ‘경제 최우선’ 정책을 일관되게 꾸준히 펼쳐 이를 극복해야 한다. 총선 리스크가 경제 회생의 불씨까지 다 삼키는 블랙홀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