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책실장직을 신설한 것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내각 및 당과의 협의와 조정 기능을 강화해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고 경제정책을 보다 밀도 있게 점검해 민생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여러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선과 혼란이 돌출했다. 대통령의 만기친람 얘기가 나온 것도 정책 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집권 1년 반을 넘기면서 정책실을 통해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라면 일단 주목해볼 만하다. 작년 8월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과 ‘주 52시간제 개편’ 등으로 정책 혼선이 가중될 때 정책기획수석(현 국정기획수석)에 임명돼 대통령의 정책 운용 전반을 보좌해온 이관섭 수석이 승진 기용돼 안정감을 높인다.

기대가 없지 않지만 우려도 있다. 정책실장은 이명박·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있었지만 ‘작은 대통령실’을 내세운 국정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가 이번에 부활했다. 정책실 산하에 과학기술수석실도 신설돼 당초 약속과는 달리 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의 정책 관여·장악·감독이 강해지면 각 부처가 자율성·책임성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성과로 답해야 한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속도를 내 조기에 대안을 내놔야 한다. 3대 개혁은 단순히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윤 정부의 실질적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다. 그런데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고, 교육개혁은 구체적인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 나름 성과를 냈다는 노동개혁도 속도와 내용에는 박한 평가를 받는다. 총선이 코앞이라 이젠 물 건너갔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책실과 주무 부처가 잡음 없이 속도감 있게 개혁을 밀고 나갈지가 관건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정의 중심을 잘 잡는 것도 정책실장 임무다. 전기요금 땜질 인상, 주식 공매도 전면 금지에서 보듯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한 인기영합 정책이 연일 쏟아진다. 조직을 바꾼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의지가 더없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