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문센 가나요"…3040 푹 빠진 '별난 동호회' [발굴단]
유아차러닝 이어 아이와 함께 '등산'하는 3040 부모
육아와 취미 구분 없어, '취미 재설계'로 차별화
패밀리 등산 수요 늘지만 인프라 '걸음마' 수준
육아와 취미 구분 없어, '취미 재설계'로 차별화
패밀리 등산 수요 늘지만 인프라 '걸음마' 수준
이날 모인 엄마·아빠 20명과 아기 18명은 길 오른쪽에 붙어 한 줄로 남산타워를 향해 올라갔다. 취미를 육아와 결합한 3040 부모들이 결성한 등산 동호회 '베이비 하이킹 클럽(베하클)'의 4월 정기 모임은 이렇게 시작됐다.
"문화센터보다 낫다"…엄마 혼자 아닌 온 가족 함께하는 등산
부모들은 11~15kg짜리 아이와 캐리어를 등에 지고 남산을 올랐다. 캐리어를 멘 부모들은 거울로 등에 업힌 아이의 표정을 읽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 아이가 산 아래 자전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엄마는 "자전거, 자전거 엄청 빠르다, 그치"라며 맞장구를 쳐줬다. 다른 엄마는 꽃을 가리키며 "하린아, 저 꽃이 철쭉이야"라며 눈을 맞췄다. 휴대폰을 꺼내드는 엄마와 아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생후 139일생부터 최대 6세까지 다양했다.
패밀리 등산의 인기는 동호회 가입자 수에 그대로 드러난다. 베하클은 문을 연 지 1년6개월 만에 2000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오언주 베하클 회장(36)은 "처음 시작할 때 '가입자가 한 명도 없으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다"며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젊은 부모가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박서희 씨(31)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남편 김영빈 씨(42) 큰아들 김이안 군(5), 막내딸 김이나 양(3)과 함께 남산을 찾은 박씨는 "함께 등산하고 나면 아이들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등산만 한 게 없다"고 했다. 남편 김씨는 "주로 엄마와 아이만 참여하는 문화센터와 달리 등산은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으니 애착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맞장구쳤다.
"가족 화장실 없어 난감"…직접 인프라 부족 해법 찾는 부모들
동호회가 찾은 해법은 정보 공유다. 가족 화장실 등이 잘 갖춰진 곳을 찾아 '아기와 함께 등산하기 좋은 30대 명산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 베하클은 등산 장비와 난도를 고려해 수준별 등반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아기와 부모가 안전하게 등산하고, 아웃도어 육아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이날 베하클이 찾은 남산하늘숲길은 여자·남자 다목적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와 영유아용 보호의자, 유아용 변기가 모두 설치된 '특급 유아 동반 등산로'다. 오 회장은 "이런 곳이 별로 없다"며 "회원들과 공유하려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적극적 육아 일시적 유행 아냐…지속 가능한 인프라 필요"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극적인 육아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라며 "과거의 육아는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했지만, 지금은 아이는 물론 부모 만족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트렌드가 자리 잡으려면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매일 새롭게 터지는 사건 사고들. 어떤 일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발(足)굴단'이 탄생했습니다. 발굴단은 화제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빠르게 달려가 직접 확인해보고 꼼꼼하게 검증해 보겠습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