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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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기존 전자정부 플랫폼을 유지·관리하는 비용이 대거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표방해온 정부가 전자정부 플랫폼을 대외에 알리는 홍보 예산은 늘렸지만, 정작 정부 전산망을 관리하는 ‘기본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 정부 홍보, 신기술 도입 예산 늘려

27일 행안부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전자정부 관련 예산은 7306억원으로 올해 6878억원 대비 428억원 증액됐다. 행안부는 “전자정부 사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늘리겠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예산안 제출 이후 정부24, 새올 등의 핵심 전산망 마비 사태가 빚어지며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행정전산망 '유지·보수 예산' 깎고 또 깎았다
제출된 예산을 보면 기존 시스템의 유지·관리에 투입하는 비용은 줄이고, 전자정부의 홍보와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 등 외연 확장에만 집중한 경향이 나타난다.

행안부는 내년 예산에서 ‘지능형 서비스 확대 및 운영’에 전년(45억원)보다 54억원 늘린 99억원을 편성했다. 국민이 실직과 출산 시 자동으로 정부 지원사업을 추천해주는 ‘혜택 알리미’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의 사업에 투입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모바일 신분증을 발전시킨 ‘Any ID’ 사업에도 올해보다 153억원 늘어난 282억원을 책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예산안 분석자료에서 “지금도 대부분 공공 웹·앱에서 다양한 민간 ID와 디지털원패스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며 중복 우려를 제기했다.

전자정부를 해외에 알리는 예산도 늘려 잡았다. ‘국제사회 전자정부 선도국가 위상 강화’ 사업은 올해 77억원에서 내년 86억원으로 9억원 증액했다. 개발도상국 공무원 등을 초청해 한국 디지털정부를 알리고, 한국의 발전된 ‘정보기술(IT) 행정력’을 해외에 전수할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전자정부 지원 예산 작년 대비 ‘4분의 1’

반면 행안부는 ‘전자정부 지원사업’ 예산의 경우 올해 493억원에서 내년 126억원으로 74%(367억원) 축소했다. 행안부가 예산을 받아 각 부처의 정보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작년 예산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사업이 완료되면서 매년 소요되는 예산 수요에 따라 편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시스템 정비 예산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업무 전용 시스템인 행정정보 공동이용시스템의 유지·보수 예산은 지난해 133억원에서 올해 127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54억원으로 ‘반토막’ 편성됐다. 전자정부의 유지·운영과 관련된 전자증명서 발급 및 유통(30억원→28억원), 전자정부 재설계 행정연구(24억원→21억원) 등도 감액됐다. 정부 서버를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대구센터 신축사업에 투입할 예산도 올해 334억원에서 내년 160억원으로 줄었다.

전자정부와 뗄 수 없는 ‘정보화사업’은 운영·유지보수 예산이 올해 3914억원에서 내년 3637억원으로 7.1% 감액됐다. 행안부는 민원창구 디지털서비스 구축 등 대형 사업이 올해 끝난 데다 전체 정보화사업 예산 중 유지·보수로 분류하기 어려운 기타 예산은 증액(2194억원→2801억원)됐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전산망 ‘먹통 사태’가 터지면서 전산망 유지보수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제출된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동될 것”이라며 “정부 네트워크 장비 중 상당 부분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내년 예산이 증액됐고, 문제가 된 장비 사용 가능 연한도 앞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