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전문가 "이스라엘, 공격 재개하면 국제여론 더 큰 분노 촉발"
"군사력으로 하마스 압도했지만, 파괴 목표는 달성 어려울 듯"
"휴전 길어질수록 연장압박 커질 것…네타냐후 전쟁주도권 상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휴전을 연장하고 인질 석방을 지속하라는 압박이 커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의 전망이 나온다.

마이클 클라크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 객원교수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실은 칼럼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압도했지만, 파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오히려 전쟁에서 질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민간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자행한 테러의 공포가 점점 멀어짐에 따라 세계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한 쪽으로 꾸준히 움직일 것이며, 이스라엘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시 휴전으로 가자지구 민간인들과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의 고통이 일부 완화된 마당에 이스라엘군이 폭격을 재개할 경우 국제 여론의 더 큰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결국 이스라엘이 지금의 여성·아동 인질 석방에서 더 나가 더 위험한 하마스 수감자들과 이스라엘 군인 포로들의 석방까지 추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인 인질 최대 20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도 이를 활용해 이스라엘의 2차 공세를 방지하는 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도움을 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크 교수는 또 가자지구 북부를 초토화하고 주민들을 남부로 몰아넣은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이스라엘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전략적인 오류로 드러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약 2만5천명인 하마스 무장대원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공격에서 약 1천명,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지상전으로 약 4천명 각각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는 약 2만명은 가자지구 남부에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당초 가자지구 북부를 공격하면서 남부를 민간인 대피 장소로 지정해 현재는 민간인 약 200만명이 남부에 밀집해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를 북부에서 했던 것처럼 3∼4개 기갑사단을 동원해 휩쓸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 가자지구 남부의 주요 도시인 칸유니스·라파로 진격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약 14㎢ 넓이의 좁은 해변 지역인 마와시로 대피하라고 발표했지만, 유엔 산하 기구들은 이것이 매우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휴전 길어질수록 연장압박 커질 것…네타냐후 전쟁주도권 상실"
클라크 교수는 "이스라엘군이 사살 목표로 삼은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다수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민간인들과 섞였다"며 "이들 대다수는 아마 살아남고 하마스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그의 단순한 군사적 목적도 이룰 수 없는 캄캄한 골목길의 끝으로 빨리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처음부터 공습을 좀 더 자제해서 하고 가자지구의 필수 인프라를 남겨두는 좀 덜 가혹한 접근법을 취하면서 가자지구로 진격하면서 더 철저한 인도주의적 계획을 세웠더라면 지금 단계에서 군사적 상황이 이스라엘에 더 나아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