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앞당긴 인사…'미래준비'에도 방점
곧 단행될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서 '세대교체 바람' 주목

삼성전자가 2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경영 안정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한 가운데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 속 '안정' 택했다…1970년생 사장 첫 탄생
삼성전자는 이날 예년보다 1주일가량 앞당겨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재계 일각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과 이재용 회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인사·조직 쇄신을 통해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이와 달랐다.

올해 실적 부진으로 한때 '교체설'까지 나돌던 한종희·경계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대신 그간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해 지나치게 많은 책무를 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업무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떼어 내 부담을 덜었다.

사장 승진 규모도 2명에 그쳤다.

작년에 오너가를 제외한 삼성의 첫 여성 사장인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을 비롯해 총 7명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인사다.

아직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남은 상황에서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 속 '안정' 택했다…1970년생 사장 첫 탄생
대신 삼성전자는 예년보다 앞당겨 인사를 실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 삼성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일성으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8월에는 DX 부문 직속으로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해 미래 신기술과 제품 확보를 위한 DX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여기에 사상 처음으로 1970년생 사장이 탄생하며 세대교체를 위한 신호탄을 쐈다.

기존 삼성전자 사장단 중 가장 젊은 사장은 작년에 사장으로 승진한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1968년생)으로, 이번에 승진한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1970년생)은 김우준 사장보다 1년 정도 더 빨리 사장에 오른 셈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중에 이부진(53)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 1970년대 이후 출생은 용 사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의 성장에 기여한 부사장을 승진시켜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조만간 있을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작년에는 부사장 59명, 상무 107명, 펠로우 2명, 마스터 19명이 승진했는데, 이중 30대 상무는 3명, 40대 부사장은 17명이 나왔다.

40대 부사장 승진자 수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하고 임직원 승진 때 '직급별 체류기간'도 없애 젊고 유능한 임원을 조기 배출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 속 '안정' 택했다…1970년생 사장 첫 탄생
재계에도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서 권영수(66) 부회장이 용퇴하고 김동명(54)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됐으며, LG이노텍에서도 문혁수(53)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하는 등 '젊은 피'가 수혈되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1970년대생 사장 승진은 젊은 인재를 전면 배치하겠다는 의지"라며 "세대교체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