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는 우리나라 대표 오지 3곳이 있다.

흔히 전라북도의 '무진장'과 함께 경상북도의 'BYC'를 오지의 대명사라고 손꼽는다.

무진장은 무주·진안·장수를 줄인 말이요, BYC는 봉화·영양·청송을 줄인 말이다.

경북 북부 오지인 봉화군과 영양군에 들어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본신리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에는 가을빛이 완연하다.

[imazine] 수목원의 가을 ② 가을빛 찬란한 경북 오지 수목원들
◇ 청량한 공기와 만개한 가을꽃…인기 높아지는 수목원

5년 전인 2018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들어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초기의 어수선함에서 벗어나 이제 세련된 맛이 풍기기 시작했다.

특히 가을을 맞아 수목원 주변에도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해지며 찾는 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팬데믹 이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곳은 산림 보존지구와 37개 전시원을 포함해 전체면적이 5천179㏊(1천500만여평)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수목원의 가장 큰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청량함이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여름철 습기가 사라진, 건조하고 맑은 공기가 관람객을 맞는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이곳이 우리나라가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털부처꽃 로버트를 비롯해 가을에 피는 꽃들이 만발해 있다.

방문객들을 처음 맞이하는 꽃들은 가을을 맞아 활짝 핀 들국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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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등 4가지를 우리나라 자생 들국화라고 부른다.

각종 가을꽃 사이로 호랑이 모형이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길 양옆으로는 초지원과 사계원, 관상침엽수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음 잡고 보려면 하루도 모자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달 가을꽃을 즐길 수 있는 '2023 가을 봉자페스티벌'을 열었다.

봉자는 '봉화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올해 열린 가을 페스티벌에는 예년의 3배가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백두대간수목원 원창오 팀장은 "올해 페스티벌 예상 인원의 3배가 넘는 관람객이 찾아 수목원 직원들도 한껏 고무된 느낌"이라며 "지역 경기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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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생 생물 메카가 된 수련정원·잔디언덕

수련정원은 최근 훨씬 멋진 모습으로 거듭났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이 생각하는 공간이다.

수년 사이 달라진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빅토리아 연꽃 등 그간 자리를 잡고 있던 외래 수생식물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모두 국산 수생식물들로 공간을 채웠다.

또 자칫 단순할 수 있는 공간을 열차 테마로 꾸몄다.

대나무로 철길 모양을 만들고 수생식물 이름을 붙여 역사를 만들었다.

역사 모형에는 어리연꽃역, 남개연꽃역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기찻길을 따라가며 수생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수생생물에는 물속과 물 위에 자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검정말의 경우는 물에 잠겨서 자란다.

이런 식물들은 침수식물이라 하며 물 위에 뜨는 것은 부유식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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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래라는 수생식물은 네잎 식물로, 세 잎이 더 귀하다.

땅 위에 자라는 클로버와는 반대다.

모두 국산 자생식물이다.

삼백초 같은 경우에도 가을이 돼서 색이 좀 바랬지만, 꽃과 줄기와 뿌리가 모두 희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름을 얻었다.

어리연꽃은 작은 연꽃이다.

어리라는 접두어는 뭔가 모자라고 작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가을은 또 억새와 갈대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잔디 언덕과 경관초지원을 찾을 만하다.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그라스류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팜파스 그래스 등 외산 식물들도 다소 섞여 있다.

이곳의 식물들은 인근 농가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납품받은 것들이 많다.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모습이다.

춘양면 초입의 드넓은 평원에서는 수많은 묘목을 볼 수 있었다.

남부지방산림청이 운영하는 양묘장이다.

일본잎갈나무밭 위로 드론을 띄웠는데도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지역 농민들이 줄지어 일본잎갈나무 묘목을 관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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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 본신리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

수목원으로 분류가 돼 있지는 않지만 경북 봉화군과 경계면에 있는 영양군 수비면 본신리에는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이 있다.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은 소중한 산림자원인 금강소나무의 생태를 연구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은 이곳과 봉화 소천면 고선리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등 3개소에 생태경영림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영양군의 생태경영림에는 모두 1천839ha 면적에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첩첩산중 오지에 있는 생태경영림이지만, 일반인들을 상대로 숲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생태경영림 초입에는 일반 소나무를 비교해볼 수 있는 '금강소나무 전시실'이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두께지만 금강소나무는 200년이 되어야 90년 된 일반 소나무와 같은 굵기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조직이 단단하고 알차다는 이야기다.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의 자태가 멋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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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인근 영양군 석보면의 한 유치원 어린이들이 체험을 왔다.

오전 나절이라 약간은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체험에 앞서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각자가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먹기 시작한다.

도시 아이들 같았으면 과자봉지나 샌드위치 등을 준비했겠지만 이 아이들은 달랐다.

주먹만 한 대추며 왕방울만 한 샤인 머스캣 포도 등 모두가 집에서 재배하는 과일들이다.

한 유치원생이 "우리 집에서 키우는 대추에요"라면서 큼지막한 대추를 권했다.

사과 크기만큼 크다고 해서 사과 대추라는 이름을 얻은 과일이다.

대추 맛이 느껴지면서도 훨씬 커서 몇 알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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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과의 소통

이들은 이어 숲 해설가들의 안내를 받으며 금강소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아이들은 숲해설가들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숲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금강소나무 숲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1시간여에 걸쳐 숲해설가들의 안내를 받으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펼친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한점 구김 없이 숲을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구름다리를 건너가니 큰 키의 금강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띈다.

귀한 금강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숲해설가로부터 전해 받은 먹이를 물 위로 던져보니 물고기들이 제법 몰려든다.

숲해설가 조은주 씨는 "성인들은 만들어진 소통을 하지만, 아이들은 숲과 있는 그대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축제장도 좋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