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인회계사 최소 1250명 뽑는다…올해보다 13%이상 많아
내년 공인회계사(CPA) 최소 선발 인원이 1250명으로 결정됐다. 지난 4년간 연간 선발인원에 비해 150명 늘어난 규모다.

23일 금융위원회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 예정 인원을 1250명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4년만에 나온 증원 조치다. 심의위는 2020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전년 대비 100명 많은 1100명으로 결정한 이래 올해까지 동결해왔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올해부터는 회계법인을 비롯해 비(非)회계법인의 수요도 감안해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결정했다”며 “비회계법인은 여전히 공인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력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 등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공인회계사 공급이 더 늘어야 한다고 봤다는 얘기다.

심의위는 내년 공인회계사 1차 시험 합격자 수를 3000명으로 의결했다. 올해에 비해 400명 많다. 당국은 올해도 전년대비 1차 시험 합격자 수를 400명 늘린 바 있다.

그간엔 통상 최종(2차) 합격 최소 인원의 2배수만큼을 1차 합격자 수로 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위는 “기본적인 회계 소양을 갖춘 수험생들의 2차 시험 응시 기회를 확대하고, 2차 시험 경쟁률을 높여 시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공인회계사 실제 합격 인원은 최소 인원인 1250명보다 더 많을 공산이 크다. 동점자 등을 감안하면 합격 최소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합격해서다. 작년엔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이 1100명이었으나 실제 선발 인원은 1237명이었다.

합격자 수가 늘어날 예정인 것을 두고 회계업계 일부에선 우려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 등이 대부분 채용을 줄이고 있고, 일반 기업과 스타트업 등도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라 이런 와중 합격자 수만 늘어나면 구직난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형 회계법인은 올해도 전년대비 채용을 30% 이상 줄였다“며 ”내년도 다르지 않을 전망이라 빅4 입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회계사는 “경기가 좋지 않은 와중 기업들의 공인회계사 신규 채용 수요가 실제로 확 늘어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중견회계법인 등으로 눈을 돌리는 신참 회계사들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IT기업의 회계부서 관계자는 "회계사들이 시장에 많이 공급되면 기업을 향하는 회계사들도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고, 회계사들의 연봉 수준도 좀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수년간 각종 회계 제도가 신설·강화되는 분위기다보니 기업에서도 이들을 채용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