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파업 얘기는 쏙 뺀 민주노총의 노란봉투법 여론조사
“법안 핵심 쟁점인 ‘파업’ 관련 내용은 여론조사에서 단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네요.”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20일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찬성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가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법안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며 “특히 질문 순서를 의뢰자 입맛에 맞춰 설계해 원하는 결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서던포스트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 비율은 69.4%에 달한다. 과거 조사에서 노란봉투법 찬성 비율이 응답자의 30~40%였던 것과 비교하면 갑자기 올라갔다.

민주노총이 조사 내용을 임의로 조작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론조사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질문이 답변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6개 문항으로 구성된 조사 내용은 원·하청 간 문제를 먼저 제기한 뒤 이걸 개선하는 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원·하청 간 임금 차이나 부당한 대우가 있느냐고 물어서 응답자 중 대부분(80% 이상)이 ‘문제가 있다’고 답하게 한다. 이어지는 3번에서는 노란봉투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적어두지 않고,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2조 개정에 찬성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한다. 1~2번에서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노조법 2조가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게 최적의 문제 해결 방식인지에 대한 숙고의 과정을 건너뛰고 ‘찬성’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이것이 응답자의 69.4%가 찬성한 배경이다. 게다가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줄곧 노조법 3조 개정안이 불법 파업 과정에서 생긴 손해배상 책임의 ‘면죄부’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내용은 아예 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내용을 포함하면 찬성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여겨 빠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질문 구성은 중립적으로 상대의 의견을 정확히 들어보는 여론조사의 ‘기본’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론조사의 형식을 빌려 상대의 관심을 촉구하고 동참을 요구하는 선동에 가깝다.

여론조사업계에서는 이를 “원하는 답변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프레이밍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왜곡된 여론은 민주주의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