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서 관계 악화 조짐…반중 시위에 친군부 매체 중국 비판도
미얀마 군정, 中과 관계 틀어지나…"中, 반군 지원" 이례적 불만
미얀마 군사정권이 최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로부터 거센 공격에 시달리는 가운데, 중국과 관계에서도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군정은 2021년 쿠데타 이후 '친중 행보'를 이어왔으나, 최근 중국이 소수민족 무장단체 동맹을 돕는다며 이례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군정을 지지하는 민족주의자들은 지난 19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샨주 북부에서 미얀마군에게 큰 패배를 안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에 중국이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양곤 시청에서 중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참가자는 "중국이 반군에게 힘을 실어주며 미얀마를 파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파괴하면 되갚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군부는 저항 세력의 시위 등을 폭력으로 진압하며 철저히 막았다.

정부의 허가 없이 반중 시위가 개최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정이 사실상 '승인'한 시위에서 중국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집회는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군정이 중국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친군부 매체들도 중국이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얀마군의 패배를 중국 탓으로 돌렸다.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은 지난 8일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 긴급회의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미얀마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국영 언론에 따르면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중국의 암묵적 지원이 없었다면 무장단체들의 공격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 동맹'은 지난달 27일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동부 샨주에서 군정 타도를 목표로 합동 공격을 시작했다.

샨주에 이어 카친, 사가잉, 친, 라카인 등 여러 지역 무장단체들과 PDF가 가세해 군정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서방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미얀마는 중국,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해왔다.

중국은 과거부터 샨주 무장단체인 와주연합군(UWSA) 등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지기는 했으나, 그동안 미얀마 군정에도 지지 의사를 밝히며 무기 등을 공급해왔다.

최근 중국과 미얀마 군정의 관계 악화는 온라인 범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인접한 미얀마 국경 지역에는 보이스 피싱과 각종 온라인 사기를 저지르는 불법 업체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취업 사기나 인신매매 등으로 모은 사람들을 감금해 폭행하거나 살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민 피해가 급증하자 중국은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했지만 군정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국경 지역을 지배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무력 충돌과 관련해 즉각적인 전투 중단을 요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