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전 5이닝 1실점 호투로 결승행 견인…한국 투수로 첫 선발승
WBC 아쉬웠던 원태인, AG 거쳐 APBC서 유종의 미…"행복했다"(종합)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은 올해 한국 투수 가운데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KBO리그 정규시즌이 개막하기 전인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고, 시즌 도중인 10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녀왔다.

정규시즌을 마치고는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표팀에 합류했다.

3개 대회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원태인과 야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최지훈(SSG 랜더스)뿐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강행군이었지만, 일생에 한 번 밟기도 어려운 국제대회를 연달아 치르며 빠르게 성장할 기회이기도 했다.

WBC에서 3경기 4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던 원태인은 쑥쑥 자라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 10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했고 이번 APBC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원태인은 18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대만과의 예선 최종전에서 5이닝 84구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6-1 승리와 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한국 투수가 올해 APBC에서 선발승을 챙긴 것은 원태인이 처음이다.

앞서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호주전에서 1-2로 뒤진 6회 2사에 강판했고, 일본전 선발 이의리(KIA 타이거즈)는 6이닝 2실점으로 상대 선발 스미다 지히로(7이닝 무실점)에게 판정패했다.

WBC 아쉬웠던 원태인, AG 거쳐 APBC서 유종의 미…"행복했다"(종합)
경기를 마친 원태인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결승으로 가는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WBC와 아시안게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도 더 좋은 피칭을 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원태인은 올해를 두고 "길기도 길었고 힘든 점도 있었지만, 제게 있어 가장 행복했던 한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투구에 대해선 "피홈런이 있었지만 무사사구로 5이닝을 책임져 기분이 좋다"면서 "내가 5이닝을 던지면 불펜 투수들이 막아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우리 투수진은 강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WBC 아쉬웠던 원태인, AG 거쳐 APBC서 유종의 미…"행복했다"(종합)
이날 원태인은 타선의 득점 지원 속에서 위기관리 능력까지 뽐내며 6-1 리드를 대표팀에 안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 10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금빛 역투를 펼쳤던 원태인은 자신의 국제무대 경쟁력을 또 한 번 증명했다.

1회초 공 10개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원태인은 2회 선두타자 류지훙에게 펜스 직격 좌월 2루타를 내줬다.

2사 후에는 호주전에서 연장 만루포를 작렬했던 린징카이에게 파울 홈런 타구를 맞는 등 위태로운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에는 1루수 노시환의 수비 실책으로 순식간에 무사 2루에 놓였다.

땅볼을 잡은 노시환이 1루를 커버한 원태인에게 급하게 던진 공이 악송구가 된 것이다.

진루타로 1사 3루가 된 상황에서 원태인은 궈덴신과 주즈정을 차례로 뜬공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WBC 아쉬웠던 원태인, AG 거쳐 APBC서 유종의 미…"행복했다"(종합)
원태인의 유일한 실점은 4회에 나왔다.

선두타자 전제셴을 13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뜬공으로 잘 잡았으나 4번 타자 류지훙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좌월 솔로포가 됐다.

후속 타자 웨정화도 초구 체인지업을 노려 쳐 우전 2루타를 때리면서 추가 실점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원태인은 최일언 코치의 마운드 방문으로 숨을 고른 뒤 후속타를 내주지 않고 아웃 카운트 2개를 마저 채웠다.

원태인은 5회 헛스윙 삼진 2개와 뜬공 1개를 묶어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고서, 기분 좋게 필승조 김영규(NC 다이노스)에게 공을 넘겼다.

경기가 끝난 뒤 원태인은 더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