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어" "애썼다"…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뜨거운 포옹
얼굴에 웃음·아쉬움 교차…엄마 품에서 눈물 쏟는 학생도
[수능] "축구 보러 가요" "푹 잘래요"…수험생들 '해방'
"수능 끝! 지민이 장하다.

이제 축구 보러 상암 가즈아! 손 서방 딱 기다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에선 한지석(53)씨가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딸 지민(18)양을 기다렸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대표팀 경기 티켓을 손에 든 한씨는 "아이가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생했는데 뭘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딸이 공부하던 것처럼 우리도 뭔가 해보자 싶었다.

경기를 보며 하루만큼이라도 속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이렇게 교문 앞에서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친구 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조금씩 긴장을 내려놨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과 아쉬움이 남는 듯한 표정이 교차했다.

"수고했다", "애썼다"는 격려와 박수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강남구 휘문고에선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정문을 빠져나오자 얼른 가방을 대신 둘러메고 아들의 등을 두드리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수능] "축구 보러 가요" "푹 잘래요"…수험생들 '해방'
마포구 홍대부속여고에서도 시험 종료 30분 전부터 자녀들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자녀를 맞았다.

한 수험생은 엄마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왈칵 터트리기도 했다.

대다수의 학생은 수능이 끝난 뒤에도 수시 면접, 논술 등을 준비해야 해 마음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오늘만큼은 해방감을 만끽하겠다는 이들이 있었다.

예체능 계열 입시를 준비한다는 김모(18) 양도 "언니랑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고, 함께 있던 친구 김모(18) 양은 "면접 준비 때문에 쉬지는 못하지만 오늘은 일단 친구들과 치킨을 먹겠다"고 말했다.

최지우(18) 양은 밝은 얼굴로 "시험을 앞두고 매운 음식을 자제하라고 해서 참았는데 오늘은 친구들과 마라샹궈를 먹으러 갈 것"이라고 했다.

삼수생 신동연(21) 씨는 "빨리 친구들과 강남역에 술 마시러 갈 것"이라며 웃었다.

시험을 보느라 진이 빠져 가족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겠다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수능] "축구 보러 가요" "푹 잘래요"…수험생들 '해방'
동생에게 꽃다발을 받은 수험생 최유진(18)양은 "감동"이었다면서 "시험 끝났으니 누워서 편하게 아무 걱정 없이 자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18) 양은 지친 얼굴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생각보다 못 본 것 같아서 걱정이 되는데, 나만 어려운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면서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조금 쉬고 싶다.

오늘 저녁은 가족과 보내겠다"고 했다.

친구 김서윤(18) 양도 "킬러 문항이 없어도 함정 같은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시험이 끝났으니 가족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푹 자고 싶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자녀들이 큰 시험을 끝내자 함께 밖에서 함께 마음을 졸이던 학부모들도 조금은 홀가분한 듯했다.

홍대부속여고 앞에서 손녀를 기다리며 기도하던 정종심(67) 씨는 "손녀가 나오면 정말 수고했다고, 늘 내게 기쁨을 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내 손녀가 나오자 그는 활짝 웃으며 직접 만든 꽃다발을 건넸다.

반려견과 함께 딸을 기다리던 김미애(46) 씨도 "이날이 오긴 오네요"라며 웃고는 "딸을 보면 그냥 수고했다고 안아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수능] "축구 보러 가요" "푹 잘래요"…수험생들 '해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