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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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빌런' 만날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춰 보고자 제2외국어 선택 고민했어요."
"제2외국어 선택하면 고사장 분위기가 좋을 확률이 높다던데…"
"제2외국어 미선택 고사장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수능 때마다 수험생 및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속설이 있다. 바로 '제2외국어 과목을 신청하면 더 조용한 고사실로 배정된다'는 것. 올해도 어김없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한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제2외국어를 신청하지 않아 고사실 분위기가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수능 원서 접수 전인 지난 8월에는 "주변 소음에 민감하다"며 "더 조용한 고사실에 배정받기 위해 제2외국어 과목을 신청할지 고민된다"는 질문도 있었다.

16일 치러진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제2외국어(한문 포함) 과목 신청자는 7만8849명으로, 주요 과목이 아닌데도 전체 응시자(50만4588명)의 15.6%에 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2외국어 과목을 신청하면 더 조용한 고사실로 배정된다'는 속설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실제로 제2외국어 과목 신청에 따라 5000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했지만, 5교시를 포기하고 나가는 수험생들이 많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제2외국어 과목을 치는 5교시 결시율이 30~40%로 현저히 높다"며 "절반 가까운 응시자가 이른바 '더 조용한 고사실' 효과를 노린 허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속설은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교육부에 따르면 제2외국어 과목 신청 여부가 고사실 위치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이긴 하나 이외에도 수험자의 성별과 학교 및 집 주소가 같이 고려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탐구 등 다른 선별 과목에 따라서도 고사실을 배정한다"며 "특정 과목을 보는 고사실이 더 조용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서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이 입시에 제2외국어 과목 점수를 필수로 반영하거나 사회탐구 과목을 이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온 게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그 근거로 2022년 제2외국어 과목이 절대 평가로 바뀌면서 성균관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들이 대부분 '제2외국어의 탐구 과목 대체'를 입시에서 삭제했는데, 당시 제2외국어 과목 응시자가 전년 대비 5.6% 줄었던 바다.

그 가운데 서울대는 유일하게 2024년도 입시에서 수시(지역균형 전형), 정시(인문계열 일부 학과)의 제2외국어 응시를 '필수'로 유지했다. 임 대표는 "서울대 진학을 노리는 모의고사 1~2등급 학생들 85%가 제2외국어 시험을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근거가 아예 없는 속설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만큼 허수가 늘었으니 큰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