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연말 기준 상장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매긴다. 이런 대주주 기준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보편적 조세원칙을 감안할 때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장주식 대주주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는 방식으로 과세를 확대하다 보니 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하고, 거래 행태를 왜곡해 ‘득보다 실’이 큰 게 현실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투자자의 월별 주식거래 활동을 살펴본 결과, 유독 12월에 순매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말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들의 ‘매물 폭탄’이 쏟아진 탓이다. 지난해에도 대주주 확정일(12월 27일)을 하루 앞두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조1331억원, 4039억원어치의 개인 순매도가 나왔다. 이에 따른 시장 변동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 몫이었다.

이 같은 대주주 기준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하향된 데 이어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이 기간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40조원에서 420조원으로 증가한 마당에 1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를 여전히 대주주로 묶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상장주식 보유액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선진국은 없다.

대주주 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 사안인 만큼 국회 입법 절차 없이 정부 자율로 개편할 수 있다. 그런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한 방송에 출연해 “결정된 바 없다”며 “야당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기준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집권 시절인 2000년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3억원으로 오히려 내리려고 하다가 여론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런 야당과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상장주식 양도세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아닌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올 연말 이전에 시행이 가능하도록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