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심 되지만 직접 증거 불충분…방어권 보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감사원 3급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감사원 3급 과장 김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개입했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는다.

김씨는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주로 감사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건설업체 관계자와 업무 시간에 동남아 여행을 간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 직위 해제된 상태다.

이로써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후 네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현 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이듬해 5월 불구속으로 기소한 바 있다.

수사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올해 8월 기각됐다.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례도 아직 없다.

공수처의 수사 실적이 미미한 데다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일이 반복되자 공수처의 수사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더 커질 전망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속영장이 전부 기각돼 죄송하다"면서도 "10건 발부되면 큰일 난다", "공수처가 1년에 10건을 기소한다고 생각해보면 나라가 안 돌아간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