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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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IT) 업체 IBM이 생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5억달러(약 6222억 5000만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과거 AI 개발을 주도했지만, 상업화에 실패하며 경쟁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IBM이 본격적으로 생성 AI 투자를 추진하면서 시장이 더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IBM은 생성 AI 투자를 위해 5억달러를 들여 벤처펀드인 '엔터프라이즈 AI 벤처펀드'를 새로 결성했다. 다른 금융기관의 지원 없이 자기자본으로 조성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다. 주로 기업간거래(B2B)를 공략하는 생성 AI 스타트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IBM은 엔터프라이즈 AI 벤처펀드를 통해 성장세가 가파른 AI 스타트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연간 투자 목표와 투자 규모에 한계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특장 산업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한다. 또 헬스케어 등 IBM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과 겹치지 않는 곳을 지원할 예정이다. 직접 지분을 투자한 뒤에는 IBM과 파트너십을 맺어 상용화도 지원한다.

앞서 IBM은 벤처 투자 펀드를 결성하기 이전부터 AI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지난 9월에는 AI 서버 보안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히든레이어스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오픈 소스 AI 모델을 개발하는 허깅페이스에도 2억 3500만달러를 투자했다.

IBM이 스타트업 투자를 추진한 배경엔 기업 이미지가 있다. 아마존, 구글 등 경쟁 업체에 비해 AI 개발에 뒤처졌다는 인식을 타개하려는 취지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기존에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롭 토마스 IBM 수석 부사장은 악시오스에 "지난 3년간 IBM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와 다른 회사인 것을 알 수 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IBM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벤처캐피털(VC)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다. IBM은 당초 AI를 가장 먼저 개발한 IT업체였다. 1997년 IBM의 AI 프로그램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었다. 2011년에는 미국 abc 방송사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왓슨'이 인간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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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AI 기술 경쟁에 승기를 쥔 것처럼 보였지만 상용화에 실패했다. IBM은 AI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선점하려 했지만 기술 개발은 쉽지 않았다. 해당 사업부의 투자자본수익률(ROI)도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결국 2022년 IBM은 헬스케어 사업부인 '왓슨 헬스'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에 매각했다. 헬스케어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경쟁사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오픈AI의 챗 GPT로 AI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IBM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5월 IBM의 생성 AI인 '왓슨 X'를 공개한 뒤 지난달에는 인간의 뇌와 신경세포 구조 및 특성을 모방해 만든 뉴로모픽 반도체인 노스폴을 선보이기도 했다.

토마스 부사장은 "AI 시장은 2030년까지 16조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벤처 펀드를 통해 AI 혁명기를 놓치지 않고 기업가치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