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한일산업기술페어 2023'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김윤 한일재단 이사장, 양병내 산업부 차관보,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 고레나가 카즈오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 고문.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7일 열린 '한일산업기술페어 2023'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김윤 한일재단 이사장, 양병내 산업부 차관보,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 고레나가 카즈오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 고문.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한동안 경색됐던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양국 교류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활성화된 만큼 그동안 이어온 한일 기업들의 경제협력 사례를 한층 발전시켜나갑시다.”

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한일산업기술페어(FAIR) 2023’에 참석한 양국 정부와 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이 강조했다. 올해 들어서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차례나 정상회담을 갖는 등 ‘셔틀 외교’ 복원으로 오랜만에 조성된 우호적 환경을 십분 활용하자며 한 목소리를 냈다.

올해 1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 측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일재단)과 일본 측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이 공동 주관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도 협력 기관으로 참여했다.
개회식에서 인사말하는 김윤 이사장(왼쪽)과 양병내 차관보.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개회식에서 인사말하는 김윤 이사장(왼쪽)과 양병내 차관보.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김윤 한일재단 이사장은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지금 양국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을 더욱 확산해나가야 한다”면서 “양국 기업의 비즈니스 매칭 자리는 그간 계속 해왔지만 반도체 주제 세미나, 디스플레이 분야 상담은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다. 체감 가능한 실체 있는 협력사례를 꾸준히 쌓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레나가 카즈오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 고문도 “양국 관계가 최악이라 할 만한 시기가 지나가고 최근 들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반겼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양국 협력을 보다 탄탄히 해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주문이 이어졌다.
7일 열린 '한일산업기술페어 2023' 개회식에서 현수막이 펼쳐지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7일 열린 '한일산업기술페어 2023' 개회식에서 현수막이 펼쳐지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양병내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한일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는 등 양국 산업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양국 산업계가 마음 놓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상황이 개별 국가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복합위기를 맞은 만큼 한일 양국이 힘 합쳐 새로운 경제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제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을 보유한 양국이 전략적 보완을 통해 산업경쟁력 강화, 공급망 안정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 또한 “양국 정부의 셔틀 외교가 재개되고 다양한 민간 분야 교류와 협력도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한일산업기술페어가 많은 기여를 해온 것으로 안다. 양국 기업들의 사업 협력이 더욱 견고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일산업기술페어는 한일 기업들의 비즈니스 교류와 상호보완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2008년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열리고 있다. 개회식에 이어 △한일 비즈니스 상담회 △기술지도 성과발표회 & 기술자문 상담회 △한일 협력 세미나 △한일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술 상담회 등 4개 세부 행사가 진행됐으며 양국 정부 인사와 기업인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기술자문 상담회'에서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들에게 자문받는 국내 기업 관계자들.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기술자문 상담회'에서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들에게 자문받는 국내 기업 관계자들. /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특히 한일재단이 16년간 이어온 소부장 기술 중심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 유치 활용 사업’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매칭, 맞춤형 컨설팅을 해주는 게 골자로 일선 기업들 호응을 얻었다. 이날 기술자문 상담회에서 ㈜원익큐엔씨, ㈜샘씨엔에스 등이 우수사례 발표를 했으며 이어진 기술자문 상담회에선 국내 기업 관계자들과 일본 시니어 기술자가 1대 1 상담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들은 개발 중인 1인용 지압 침대의 3D 설계도를 보여주거나 금형설계 관련 자문을 구하기 위해 부품을 직접 갖고 와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판로 개척을 고민하며 마케팅 자문을 요청하는가 하면 현장에서 일하느라 참석이 어려운 개발 담당 엔지니어가 화상 연결까지 해 상담받는 등 높은 열의를 보였다.

공구 제조업체 ㈜위딘에 진공 열처리 방법을 자문한 니히라 노부히로씨(78)는 “열처리에서는 변형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업체가 필요한 공구 열처리 방식을 수행할 수 있는 진공로가 한국에 없어 외주를 주는데, 열처리를 자체 수행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해왔다”면서 “자문을 통해 기업이 애로점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윤혜원 한경닷컴 기자 want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