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후퇴에 반응 엇갈려…환경단체 "규제 유예하면 신뢰 무너질 것"
소상공인 환영 속 "규제 동참한 사람만 손해" 불만도
"총선 앞두고 선심성 환경정책" vs "어려운 자영업자에 도움"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시민사회에서는 '일회용품 규제 포기'라는 강력한 비판이 쏟아지지만, 소상공인들은 '숨통이 트였다'는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환경부는 7일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규제는 작년 11월 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계도기간이 1년 주어지면서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아 왔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물러선 것이다.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에서 비닐봉지 사용량이 2017년 3천810t(톤)에서 작년 660t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2019년부터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위해 법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며 관련 규제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이어 "종이컵도 1년에 248억개씩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종이컵은 플라스틱이 아니니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 연장도) 틀렸다.

현재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 중이고,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라고 역설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계도기간 연장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규제에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해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채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환경 전문가는 "내년 있을 총선을 고려해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그러니 규제 포기와 유예에 대해 아무리 비판해도 환경부는 타격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선심성 환경정책" vs "어려운 자영업자에 도움"
하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안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규제 유예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일 만한 조치이긴 하다"고 환영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금순(50) 씨는 "기본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사는 데는 비용이 두배 정도 들어간다"며 "점주들이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데다가,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문제가 있긴 했다"고 말했다.

다만 계도기간 중에도 규제에 동참하던 사업자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고 이사장은 "미리미리 규제 시행에 대비해온 사업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들은 앞으로 규제에 더 동참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도 "저희 매장은 쌀 빨대나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며 "박스째로 사다 놨는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종이컵 규제를 해제하면 그러지 않아도 낮은 재활용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차가운 음료를 종이컵에 담으려면 양면이 코팅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재활용이 어렵고 비닐을 더 많이 쓴 종이컵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