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한 테일러 스위프트, 용산 CGV의 떼창 들리나요?
"안녕하세요! 전 테일러예요. 전 1989년도에 태어났어요."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이어 스위프트의 7집 곡 '미스 아메리카나 앤 더 하트브레이크 프린스'의 전주와 함께 화려하고 거대한 깃털 사이로 스위프트가 등장했고, 하늘을 찌를 듯한 관객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이곳은 공연장이 아니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개봉한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공연 실황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상영 현장이다. 스위프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펼친 공연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올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진행한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는 '스위프트노믹스'(테일러 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썼다. 티켓 값만으로 1조원 넘게 벌어들였고,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는 지난달 13일 북미 개봉 후 열흘만에 1억7900만달러의 매출을 냈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이 공연을 유튜브 화면으로밖에 접할 수 없었다. 공연장 부족으로 인해 월드투어 리스트에서 한국이 빠져서다.

그래서 국내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 팬덤명)들에게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은 '가뭄의 단비'였다. 이달 3일을 시작으로 2주간 매주 목, 금, 토, 일요일마다 전국 41개 CGV 극장에서 상영한다. 아이맥스 기준으로 티켓 값은 3만원이다.

'실제 공연도 아닌데 3만원이나 주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는 꽤나 실감난다. 우선 가로 31m, 세로 22m에 달하는 큼지막한 스크린에서 스위프트의 무대를 여러 각도로 즐길 수 있다. 전문가들이 잘 편집한 무대 영상을 통해 공연장 곳곳에 있는 장치와 그래픽까지 세세하게 즐길 수 있다.

스위프트가 노래를 부르면서 발을 구를 때마다 바닥에 번개 모양 그래픽이 생기는 것을 천장에 달린 카메라로 보여주는 식이다. 실제 공연에 간 관객들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여기에 좌우·뒷 벽면, 천장에서 소리가 나오는 아이맥스의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곁들이면, 실제 공연에 간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싱어롱'(따라 부르기) 관은 아니었지만, 600석이 넘는 좌석을 가득 채운 '스위프티'들은 3시간 동안 자리에서 노래를 따라부르고 몸을 들썩이기도 했다.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가 흥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 에라스 투어'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가 수주간 CGV 예매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9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약 1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에 앞서 올 2월에는 '방탄소년단(BTS): 옛 투 컴 인 시네마', 4월에는 '콜드플레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가 인기를 끌었다.

CGV 관계자는 "앞으로 공연 실황 영화를 '미래 영화관의 콘텐츠'로 삼고, 적극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