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142조 미래기금, 韓 배터리·태양광 기업에 투자 검토"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장관(사진)은 지난 2일 아일랜드가 조성할 1000억유로(약 142조원) 규모의 ‘미래기금’을 유망한 한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베니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미래기금 중 일부를 연료전지, 태양광, 해상풍력, 배터리 저장 기술 등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베니 장관은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이끄는 대규모 무역사절단 중 한 명으로 지난 2~3일 한국을 찾았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세수 호황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아일랜드 미래기금과 인프라기후기금을 조성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두 기금 모두 아일랜드 국외 자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코베니 장관은 “기금은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기술 협력 등에 쓰일 것”이라며 “이는 해당 기업이 어떤 제안서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100억유로, 향후 4년간 650억유로의 재정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세계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몰려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낮은 법인세, 우수 인력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코베니 장관은 “정책 연속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우선시하는 아일랜드 역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며 “아일랜드의 정책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안전성을 선호하는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코베니 장관은 아일랜드의 투명하고 공정한 세금 정책도 강조했다. 아일랜드는 1996년 40%였던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춰 2003년부터 12.5%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인 24%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합의에 따라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인 15%를 적용하기로 했다. 코베니 장관은 “법인세뿐만 아니라 R&D와 녹색 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법인세 인하는 많은 정치적 논란이 따른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에서 정부 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려 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1%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코베니 장관은 “아일랜드는 30년 전에 아무것도 없는 30%(의 법인세율)보다는 12.5%에서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인엽/맹진규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