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대림중앙시장 내 식당에 맥주를 납품하는 도매 차량. 칭따오 맥주의 주문량이 줄면서 다른 브랜드 맥주들이 주로 탑차를 채웠다. 사진=유지희 기자
대림동 대림중앙시장 내 식당에 맥주를 납품하는 도매 차량. 칭따오 맥주의 주문량이 줄면서 다른 브랜드 맥주들이 주로 탑차를 채웠다. 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3일 서울 영등포 대림중앙시장 안에 위치한 한 양꼬치 전문점. 메뉴판의 맥주 목록을 확인한 유모 씨(27)가 "여기도 ‘소변 맥주' 논란이 있는 칭따오 맥주"를 파냐고 묻자 종업원이 몸을 움직여 슬그머니 맥주 매대를 가렸다. "판매를 하지 않은지 오래됐다"라는 종업원의 말이 무색하게 영업용 냉장고 속에는 팔리지 않은 칭따오 맥주가 가득 담겨 있었다. 구로동의 또다른 양꼬치 식당에선 판촉용으로 식당 테이블마다 올려둔 칭따오 맥주병을 최근에 모두 거뒀다. 이 식당 주인 장모 씨(51)는 "이 곳은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젊은 층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이슈에 민감하다"며 "손님들이 칭따오 맥주를 잘 찾지 않아 아예 치워버렸다"고 전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맥주 제3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영상 속의 한 장면.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맥주 원료(맥아)에 오줌을 누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 19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웨이보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맥주 제3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영상 속의 한 장면.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맥주 원료(맥아)에 오줌을 누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 19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웨이보
중국발(發) 맥주 파동이 한국 자영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산둥성 핑두시의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남성 직원이 맥주 원료(맥아)에 오줌을 누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한국에서도 중국산 칭따오 맥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칭다오 맥주 수입업체는 "영상 속 공장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년 전 ‘알몸 김치’ 사건이 떠오른다", "중국산 식품의 위생 문제가 불거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같은 말이 나왔다. 2021년 중국의 한 김치 공장에서는 알몸의 인부가 염장통에 들어가 맨손으로 배추를 주무르는 모습이 영상으로 떠돌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내 식당들은 앞다투어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서울 대림동 인근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의 비닐봉지 안에 맥주 캔이 쌓여 있다. 인근 지역의 식당이나 주거용 빌라 등에서 나온 폐기물인데 대부분 국산 맥주로 칭따오 맥주 캔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대림동 인근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의 비닐봉지 안에 맥주 캔이 쌓여 있다. 인근 지역의 식당이나 주거용 빌라 등에서 나온 폐기물인데 대부분 국산 맥주로 칭따오 맥주 캔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유지희 기자
소비 변화에 빠른 편의점 곳곳에선 맥주 판매 냉장고 앞 칸을 차지하던 칭따오 맥주를 잘 보이지 않게 배치하거나 아예 빼버렸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사장 김모 씨(35‧여)는 "'소변 테러' 논란 이후 며칠 동안 칭따오 맥주가 세 캔도 채 안나간 것 같다"며 "이번에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이슈가 사그라들때까지 이 맥주 발주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의 종업원 유모 씨(28)도 "나부터도 논란 이후 칭따오 맥주를 마시기가 꺼려져 전부 내버렸는데 손님들이라고 다르겠느냐"며 "사장님이 칭따오 맥주 관련 판촉물부터 치우자고 해 이미 정리한 상태"라고 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중국 칭따오 맥주 공장에서 소변 이슈가 불거진 뒤 칭따오의 국내 편의점 매출은 최대 40% 넘게 급감했다. A편의점의 칭따오 매출(지난달 21~26일 기준)은 전주 대비 41.3% 감소했다. B편의점에서도 30.6% 줄었다. 수년째 편의점 수입 맥주 ‘빅3’ 지위를 유지해 온 칭따오의 매출 순위는 이 기간에 A·B편의점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1903년 설립된 칭따오 맥주는 중국의 4대 맥주로 꼽힌다. 중국 내 공장이 60여 개에 달한다. ‘소변 맥주’ 영상의 배경인 칭따오 맥주 3공장은 연간 생산 능력이 120만kL로 세계적인 규모다. 칭따오가 가장 공들여 현대화를 진행해 온 공장으로 꼽힌다. 칭따오 맥주는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는 점유율(소매점 매출 기준) 1~2위를 달리는 인기 제품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앞으로 칭따오 맥주 대신 다른 맥주를 택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시장에 위치한 양꼬치 식당의 주류 냉장고 모습. 양꼬치 집에서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칭따오 맥주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윤혜원 기자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시장에 위치한 양꼬치 식당의 주류 냉장고 모습. 양꼬치 집에서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칭따오 맥주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윤혜원 기자
국내 양꼬치 집이나 주점,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칭따오 맥주를 미리 받아놓은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재고를 반품할 수 있느냐" "대체제로 꼽히던 하얼빈 맥주의 납품 단가도 50% 넘게 올라 마진이 적다. 어떤 맥주를 들여놔야 하나" 같은 글을 올리며 정보를 공유했다. 납품업체는 "주문량이 급감해 기존의 10분의 3 수준 밖에 안된다"고 답했다.

수입사인 비어케이 측은 "수입된 칭따오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출고 전 단계에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하겠다"며 "절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식품위생검사기관에서 검사를 진행하며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당 사건 발생 후 바로 관련 맥아를 모두 봉인했으며, 관리·감독을 통해 관련된 맥아가 생산 및 가공 과정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영상 속 장소가 원래 물류업체 주차장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 측의 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영상 속 남성도 칭다오 맥주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윤혜원 한경닷컴 기자 want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