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장관이 2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장관이 2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장관은 아일랜드가 조성하고 있는 1000억유로(약 142조원) 규모의 '미래기금'을 유망한 한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베니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정 지원 중 일부가 연료전지, 태양광, 해상풍력, 배터리 저장 기술 등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베니 장관은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가 이끄는 대규모 무역사절단 중 한 명으로 3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세수 호황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아일랜드 미래기금과 인프라기후기금을 조성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두 기금 모두 아일랜드 국외 자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코베니 장관은 "기금은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과 기술 협력 등에 쓰일 것"이라며 "이는 해당 기업이 어떤 제안서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100억 유로, 향후 4년 간 650억 유로의 재정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 기술정보(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139개 다국적 기업이 아일랜드에 신규 투자를 했고 이 중 52개 기업은 처음으로 아일랜드에 진출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몰려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낮은 법인세, 우수 인력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코베니 장관은 "정책 연속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우선시하는 아일랜드 역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라며 "아일랜드의 정책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안전성을 선호하는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기업고용통상부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에게 회사의 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기업고용통상부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에게 회사의 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코베니 장관은 아일랜드의 투명하고 공정한 세금 정책도 강조했다. 아일랜드는 1996년 40%였던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춰 2003년부터 12.5%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인 22%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경제협력기구(OECD) 합의에 따라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인 15%를 적용하기로 했다. 코베니 장관은 "법인세 뿐만 아니라 R&D와 녹색 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법인세 인하는 많은 정치적 논란이 따른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 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려 했으나 야당 반대로 1%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이에 대해 코베니 장관은 "아일랜드는 30년 전에 아무것도 없는 30%(의 법인세율)보다는 12.5%의 무언가를 갖는 게 더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소수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강요하기보다는 낮은 세율로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 세수를 늘렸다는 얘기다. 그는 "제약, IT 등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클러스터를 형성했고, 이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없는 모멘텀을 만들어넀다"고 자평했다.

코베니 장관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현대자동차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등 한국 굴지의 기업들과 만났다고 했다. 그는 "이번 방문이 아일랜드와 한국 간의 보다 체계적인 파트너십과 비즈니스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아일랜드를 발판 삼아 유럽연합(EU)과 다른 지역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인엽/맹진규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