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연극인 400여명 참석해 한용운·서정주 등 명시 낭송
광화문에 울려퍼진 우리의 명시…시의 날 기념하는 야외 낭송회
"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1일 오후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옆에서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 울려 퍼졌다.

무대에 선 연극배우 손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시를 읽어 내려갔고, 시구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사단법인 한국시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는 제37회 '시의 날'을 기념하는 시 낭송회 '광화문에서 시를 노래하다'를 개최했다.

광화문에 울려퍼진 우리의 명시…시의 날 기념하는 야외 낭송회
한국시인협회 회원과 시민 400여명은 광화문광장에서 나태주, 오세영, 박정자 등 시인과 연극배우가 낭독하는 시를 즐겼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은 축사에서 "1908년 11월 1일 최남선 시인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 뒤 한국 시의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명멸했다"며 "시의 날은 최초의 신시(新詩)가 발표된 뜻깊은 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특히 올해는 광화문에서 행사를 개최해 시민들과 시를 함께하려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행사가 열린 광화문을 소재로 한 시를 낭송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연극배우 박정자가 서정주의 '광화문'을 낭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오세영 시인은 "이 시를 세종대왕께 바친다"는 말과 함께 '아아, 훈민정음'을 들려줬다.

신달자 시인은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개관 기념 축시 '대한민국의 기적 우리가 만들었습니다'를 굳은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광화문에 울려퍼진 우리의 명시…시의 날 기념하는 야외 낭송회
무대에 오른 시인들은 본인의 작품을 직접 낭독하며 깊은 감정을 전달했다.

시인 이근배는 '용비어천가'를, 문정희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낭송했다.

김종해 시인은 '능소화'를 낭송하며 눈앞에 피어난 꽃을 보는 듯 몰입하는 모습으로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별세한 김남조 시인을 비롯해 김규화, 최은하 등 올해 세상을 떠난 시인들을 기리는 시간도 마련됐다.

나태주 시인은 영결식 당시 지어 올렸던 '시의 어머니 - 김남조 선생님 소천에'라는 시를 들려줬다.

배우 김성녀는 김남조 시인의 대표작 '겨울 바다'를 해금 연주와 함께 낭송했다.

시를 낭송한 뒤에는 김남조 시인이 생전 자신에게 듣기를 청했다는 장사익의 노래 '봄날은 간다'의 일부를 불러 울림을 남겼다.

김성녀는 "김남조 선생님은 생전에 저를 보면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는 3절까지 불러야 완성되는 시라고 말씀하셨다"며 "늘 2절까지만 부르고 노래를 마쳤는데 오늘은 선생님 영전에 노래의 3절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문 시낭송 공연을 펼치는 재능시낭송협회 회원들의 무대가 열렸고, 소프라노 김희정은 정지용의 시 '고향'을 원작으로 한 가곡 등을 불렀다.

출연자들 전원이 박목월의 '나그네'를 합송하며 행사는 막을 내렸다.

가을의 감성을 더하는 시를 즐긴 참가자들은 박목월의 서정적인 시구를 나누며 흥취를 즐겼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광화문에 울려퍼진 우리의 명시…시의 날 기념하는 야외 낭송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