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종근당 2분기 연속 호실적… 랠리 펼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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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구조조정에 따른 호실적” 혹평하던 증권가 태도 바뀌어
주력품목 불확실성 극복 실마리 나타나…극복 여부 전망은 갈려
비만약 유통 및 신약 후보 기술수출 가능성도 주목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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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놨습니다.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구조조정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증권가 전문가들의 분석보다 크게 나타난 겁니다. 또 외형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대형 품목의 특허가 만료된 악재도 다른 품목의 성장으로 극복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최근 기술수출 기대감까지 부풀고 있습니다.

2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에…증권가 태도 바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근당은 2.15% 오른 9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같은달 27일 잠정실적을 공시하고 이에 대한 증권사들의 호평을 담은 리뷰(분석) 보고서가 잇따라 나온 영향으로 보입니다.
[마켓PRO] 종근당 2분기 연속 호실적… 랠리 펼치나
실적을 발표하기 전 프리뷰(전망) 시즌부터 현재까지 종근당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10만원→11만원), SK증권(10만원→13만원), 키움증권(9만원→11만원) 등 세 곳입니다. 2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증권가 전문가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앞서 종근당은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크게 웃돌았지만, 그 때 증권가에선 혹평에 무게이 실렸습니다. R&D 비용 절감에 따른 호실적이라며, 빈약한 신약 성과를 지적했죠.

하지만 종근당 주가는 월간 기준으로 8월과 9월에 각각 12.69%와 7.82% 상승했습니다. 두 달 동안 외국인이 종근당 주식을 129억원 어치 쓸어 담으면서 주가를 끌어 올렸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3분기 실적도 R&D 비용 절감에 따른 호실적이라는 점에서 2분기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종근당은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3962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컨센서스 485억원을 약 10% 웃돌았습니다.

자누비아‧케이캡 불확실성 극복 실마리 나타난 3분기 매출

매출 측면에서는 그 동안 악재로 지적돼왔던 주력 품목의 수익성 악화 우려를 극복할 실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종근당이 파는 전문의약품(의사 처방에 의해 판매되는 의약품) 중 가장 매출 비중이 컸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의 특허 만료로 9월부터 복제약이 출시됐지만, 다른 품목들의 성장으로 매출액이 직전분기와 비교해 약 1% 늘어난 겁니다.

다만 4분기 이후에도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3분기에는 자누비아의 매출 감소가 석달 중 9월 한달만 반영됐습니다. 본격적인 매출 감소는 4분기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매출 감소를 막은 품목 중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카르베디롤)의 경우 시장 공급 불안 이슈로 거래처에서 미리 발주한 영향이 있었기에, 4분기에는 역기저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연말에는 자누비아와 함께 종근당의 양대 주력 품목이었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테고프라잔)의 공동판매 계약 만료 이슈가 있습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케이캡은 종근당이 공동판매사로 나서면서 현재 연간 12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지만,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종근당과 HK이노엔의 케이캡 공동판매 재계약을 점치면서도, 계약 조건이 종근당에 불리하게 변경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종근당이 두 개의 주력 품목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증권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내년 종근당은 강력한 마케팅 파워, 천연물 신약 지텍과 같은 다양한 신제품 출시로 수익성 악화를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케이캡 공동판매 재계약 관련해서는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내년 추정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2~13배 내외로, 어떤 형태로 결과가 나오든 내년에는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캡 공동판매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외형과 이익 모두 타격이 클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자누비아의 매출 감소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재산정했다”며 종근당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유지(중립)’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각각 하향했습니다. 3분기 실적 프리뷰 시즌에 들어선 뒤 종근당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한 건 DS투자증권이 유일합니다. 아이러니하게 김민정 연구원은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증권가 혹평이 이어지는 와중에 유일하게 종근당의 목표주가를 상향한 바 있습니다.
[마켓PRO] 종근당 2분기 연속 호실적… 랠리 펼치나

비만약 유통 가능성에 기술수출 기대감도

아직 기대일 뿐이지만 현실화되면 종근당의 주가 랠리를 이끌 만한 모멘텀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인 비만 치료제의 한국 유통을 맡을 것과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에 대한 가능성입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비만 치료제들이 새롭게 출시돼 전 세계 의약품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영업력이 강한 종근당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최근 관심이 뜨거운 비만약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9월 명품업체 LVMH를 제치고 유럽증시의 시가총액 1위 종목이 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가 경쟁 비만약 후보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를 개발하면서 주가가 급등해 존슨앤존슨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제약사에 올랐고요.

종근당 자체적인 R&D 모멘텀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파이프라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비소세포폐암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CKD-702와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 후보물질 CMT-510에 대한 기술수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