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한국 사모대출(PDF)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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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한국 사모대출(PDF)에 대한 소고

한국 사모대출(PDF)에 대한 소고
[마켓칼럼]한국 사모대출(PDF)에 대한 소고
조성호 신한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팀장

아폴로캐피탈의 국내 시장 진출 선언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한국 사모대출시장 진출을 계기로 국내 사모대출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다. 사모대출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자금을 모아 운용사가 기업에 제공하는 대출로 국내에서는 해외대비 그 시장 형성 단계가 아직 초기에 머물고 있다.

아폴로 측은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로 전환하고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파산사태, 미국 지방은행 위 등 전통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자산운용사의 사모대출이 기존 전통 은행 대출시장의 약 2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 시장도 이러한 큰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내 사모대출 시장의 현주소는?

사모대출펀드(PDF)에 대한 화두는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시장 경색 이후 미국내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의 부족해진 유동성을 대체할 조달 수단으로 급격하게 부상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대출시장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는 않고 대신 특정 분야에 대한 PDF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2014년 처음으로 선을 보이게 된 PDF는 인수금융 선순위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였다. 당시 인수금융시장은 IB 파트를 키워가던 국내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대주단을 구성하고 있었으며 기존 대출시장에 직접 참여하던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중앙회 PDF에 LP로 참여함으로써 직접 대주가 아닌 간접적인 형태로 인수금융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펀드에 수익자로 참여함으로써 일부 비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관리상의 편리함과 소액이나마 다수의 PDF에 참여함으로써 전체 시장을 관망할 수 있는 장점이 큰 매력으로 부상했다. 신한금융그룹을 선두로 이후 KB, 우리, 하나, NH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유사한 PDF를 조성했으며, 이후 일부 증권사들도 유사한 펀드를 조성하며 해당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특수목적이 아닌 일반 기업대출 시장은?

국내 전체 여신 시장에서 인수금융 등 특수목적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며 사실상 기업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운전자금, 시설대 등에서는 왜 해당 펀드가 없는 것일까? 자본시장을 통해 채권발행으로 조달하는 직접금융 시장 외 간접금융시장의 대부분은 은행과의 오래되고 끈끈하게 이어져온 거래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펀드 등 기타 채널에서 파고들어갈 수 있는 빈틈이 매우 비좁은 편이다. 특히 은행 등 금융권 RM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관계 등은 타 조달 채널이 파고들어가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대출의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도 금리나 기타 조건 등에서 크게 앞서지 않는 한 실체가 불분명한 펀드로부터의 조달은 재원의 실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되는 심리적 물리적 한계를 수반하고 있다.

해외시장과의 가장 큰 차이는?

해외시장은 어떠한가? 미국시장의 경우 2002년부터 2008년에는 Primary Loan Financing(선순위 대출 금융) 부문에서 은행 비중이 약 25%였으며 이후 2009년부터 2021년에는 약 15%로 감소했다. 동기간 유럽시장에서는 66%에서 43%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시장 상황으로 인하여 은행 비중이 축소된 것은 물론이고 국내 시장대비(국내 시장의 경우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매우 큰 비중으로 PDF가 주요한 조달 채널의 역할을 하고 있다.

Cashflow Lending VS Balance Sheet Lending

해외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Direct Lending Fund의 경우 전통적인 시중은행의 Balance Sheet Landing과 다른 각도에서 차주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주로 부동산 등 유형자산에 대한 담보가치를 기초로 대출을 해주며 차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집중하는 시중은행과는 달리 차주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과 지분가치, 향후 회사의 성장성 등 매우 상이한 기준으로 대출 여부에 대해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의 차이들을 바탕으로 경기사이클에 따라 선순위, 중순위, 메자닌, 후순위 등 다양하고도 유연한 전략을 오랜 기간 취해왔다는 점과 이런 PDF의 패턴에 금융소비자들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이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보여진다. 또한 세컨더리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대출조건 및 약정 등이 표준화되어 있고 보유하고 있는 대출을 만기 이전에 새로운 대주에게 양도하는 관례가 정착되어 대부분의 대출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기보유하고 있는 국내 시장 대비하여 이런 PDF들이 활동 영역이 더욱 크게 형성되어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예상은?

사모대출 시장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국내의 특수한 금융환경이라는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다소 복잡한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취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이는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수기로 관리되던 복잡한 대출들도 대주간 갈아타기가 가능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이는 대출 세컨더리 거래가 가능할 수 있는 기반으로 판단되며 항후 이러한 기술진보에 따른 대출시장의 유연화 및 PDF 참여 가능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제도적으로는 다소 지연되고는 있지만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등의 제도를 통해 공모펀드 등이 대출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고 이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이 아닌 순수자본시장 조달을 통한 대출시장 참여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BDC의 운용주체는 주로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될 것으로 보여지며 이들을 통한 향후 PDF시장의 역동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