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지속된 통화긴축 정책으로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여파로 시장금리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실물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이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동결 나선 중앙은행

물가 넘어선 기준금리…글로벌 긴축 끝나가나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MBC닛코증권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24일 기준 전 세계 평균 기준금리가 연 7.4%로 글로벌 물가상승률(5.9%)을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로존, 캐나다 등 서방과 베트남, 브라질 등의 기준금리가 자국 물가상승률을 제쳤다. 1년 이상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15개월 만이다.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3%로 8월(5.2%)에서 하락했다. ECB가 지난해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는 약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지만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25일 캐나다은행은 기준금리를 5.0%로 2회 연속 동결했다. 캐나다의 9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8%로 전월(4.0%)과 기준금리보다 낮다. 캐나다은행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9%로 낮춰잡았다.

다른 국가들도 긴축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다. 영국은행(BOE)은 14회 연속 인상 끝에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스위스와 호주 등이 동참했다. 브라질과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美·日 통화정책 향방은

미국도 오는 31일~다음달 1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5.25~5.50%로 9월 CPI 상승률(4.3%)보다 높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26일 기준 99.5%로 집계됐다.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Fed에서는 “국채 금리가 올라 금융 여건이 긴축되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6일 연 4.849%로 이전 FOMC가 열린 9월 20일(연 4.346%)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

다만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미 3분기 실질GDP는 4.9% 증가하며 ‘깜짝 성장’했고,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은 시장 예상치의 두 배인 33만6000건 늘었다. 전 Fed 부의장이자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리처드 클라리다 경제고문은 이날 “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Fed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도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단기금리 연 -0.1%, 장기금리 연 0±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 1%까지인 장기금리 허용폭을 추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장기금리 기준이 되는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10년여 만의 최고치인 연 0.875%까지 올라 허용폭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노유정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