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더타임스 보도…"서방 제재 우회해 러 하청업체들이 조달한 듯"
"우크라전 투입 러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에 유럽산 부품 잔뜩"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우회해 사들인 유럽산 부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전에도 투입되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 생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라트비아 리가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독립 온라인 매체 '더인사이더'의 탐사 자료 등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의 치명적인 극초음속 미사일 생산을 지원하는 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국영 복합 방산기업 '로스텍'(Rostec)은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일부 탄약 생산을 50배나 늘리고, 킨잘 미사일 생산도 크게 확대했다고 밝혔다.

킨잘과 기타 정밀 무기를 생산하는 로스텍 소속 회사 KBM은 64세의 세르게이 피티코프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그의 딸 마야 피트코바는 스웨덴 서남부 도시 말뫼 인근에 있는 고급 저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피트코바는 자신의 수입원이나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로스텍과 KBM은 모두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이지만 인사이더가 공개한 조달·선적 문건들에 따르면 두 회사의 러시아 하청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회사들로부터 마이크로칩과 공구, 기계 등을 계속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들에 따르면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업체 오스테크는 폴란드에서 열·냉각장치를 구매해 KBM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들에 자주 등장하는 독일 기업들 가운데 KEB란 업체는 러시아 파트너인 KEB-Rus를 통해 KBM에 케이블과 터닝기 등을 판매했다.

또 스웨덴 엔지니어링 기기 회사 '샌드빅'이 만든 공구들이 베를린을 통해 러시아로 배송됐고, 미사일의 정밀 유도시스템에 필요한 전자부품들이 스웨덴 전자업체 '아드반텍'에서 구매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밖에 KBM의 또 다른 러시아 하청업체 소나텍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벨기에, 영국 회사 등으로부터 미사일 부품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정밀 공작 기계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여러 기업이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정밀 무기 생산에 필요한 부품들을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킨잘은 탑재기인 미그(MiG)-31 전투기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음속의 5배 이상)으로 목표지점까지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미사일이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비행 속도는 마하 10(시속 1만2천240km)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8년 연례 국정연설에서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각종 전략 무기들을 소개하면서 킨잘에 대해 "현존하는 모든 방공미사일과 요격미사일 시스템은 물론 가까운 미래의 시스템도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킨잘 제작사 KBM 하청업체 소나텍의 웹사이트에 관련 제품이 소개된 영국 회사 아베르링크는 더타임스에 2021년 이후 러시아 회사와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자사 제품이 군사용과 민수용 이중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르링크의 소유주이자 이사인 마쿠스 이얼리스는 "우리가 공급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용되는 정밀 측정 장비로 일반적으로 자동차용이지만 의료기기에도 사용되고 군사장비에도 쓰인다"면서 러시아군이 서방 제재 때문에 민간용으로 공급된 장비를 재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