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수십억' 들였는데도 발길 끊긴 대구 서구 전통시장 특화거리
대구 서구가 혈세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서부시장 골목 특화 거리가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를 조성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점포들이 떠나고 있어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5일 오후 7시께 먹거리 특화 골목인 서부시장 '오미가미 거리'를 찾았다.

저녁 손님으로 북적일 시간대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적어 한산했다.

활기를 잃은 거리에 일부 점포는 유리창에 '임대', '매매' 등이 적힌 채 불이 꺼져있었다.

가게마다 손님이 없어 상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채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70대 사장 A씨는 "처음에 가게 문 열고 2년 간은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겨우 유지만 하고 있다"며 "주말에도 손님이 없어 가게가 한산하다"고 말했다.

A씨는 주변 가게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원래는 여기 가게들이 다 잘됐는데 이제는 직원도 거의 안 쓸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혈세 수십억' 들였는데도 발길 끊긴 대구 서구 전통시장 특화거리
서부시장은 한때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번화했지만, 대형 상점과 백화점 등이 들어서자 점차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서구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먹거리 특화 골목을 조성해 2015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시설현대화, 거리 조성, 편의시설 조성 등 오미가미 거리에 투입된 사업비만 65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청년상인 창업지원 등 함께 추진한 연계 사업도 있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김종일 서구의원은 "구청 차원에서 시장이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재정적인 지원만 한 것 같다.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먹거리 특화 골목이 오히려 전통시장의 침체를 가속화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40여년간 잡화가게를 운영해온 상인 B씨는 "먹거리 골목이 들어오면 시장은 끝난 거라고 봐야 한다"며 "옷, 반찬, 채소 등을 파는 다양한 점포들이 어우러져야 전통시장인데 먹거리 가게만 즐비하니까 밤에만 손님이 오고 오히려 침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구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금도 꾸준히 매년 유지 보수에 예산을 들이고 있다"라며 "거리 조성은 서구청에서 하지만 나머지 장사와 관련된 건 상인들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혈세 수십억' 들였는데도 발길 끊긴 대구 서구 전통시장 특화거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