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석유업체 셰브런이 경쟁사인 헤스를 5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존 헤스 헤스 CEO가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진행된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인수합병(M&A)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형석유업체 셰브런이 경쟁사인 헤스를 5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존 헤스 헤스 CEO가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진행된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인수합병(M&A)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형 석유업체 엑슨모빌에 이어 셰브런이 경쟁사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들며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 이달에만 미국 석유업계에서 1100억달러(약 148조원) 이상의 ‘빅딜’이 이뤄졌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화석연료 수요가 견고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셰브런은 미국의 또 다른 에너지기업 헤스코퍼레이션을 530억달러(약 71조1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헤스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셰브런 주식 1.025주를 받게 된다. 셰브런은 “헤스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스는 미국,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총 600억달러(약 80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신흥 산유국으로 떠오르는 남미 가이아나의 유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셰브런은 이번 인수로 매장량 110억 배럴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이아나 해저 광구의 지분 30%를 확보하게 됐다. 가이아나 유전은 2015년 발견돼 탐사 및 개발이 진행 중이다. 확인 매장량 규모가 점점 커져 세계 석유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피터 맥널리 서드브리지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를 두고 “셰브런이 얻게 될 상은 가이아나 유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가이아나의 원유 생산량은 2019년 이전에는 전혀 없었으나 지난해 하루 평균 26만 배럴로 급증했고, 내년에는 하루 48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인 우드매켄지는 이 지역의 2033년 원유 생산량이 150만 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업계는 이달 들어 1100억달러 이상의 ‘빅딜’을 벌였다. 이달 초 엑슨모빌이 셰일오일 업체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를 약 6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데번에너지도 마라톤오일과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 모두 미국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등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데번에너지는 이와 별도로 매물로 나온 크라운록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미국의 주요 유전인 텍사스주 퍼미언 분지의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양질의 셰일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 회사들이 M&A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을 지속하고, 지정학적 우려도 커져 석유 기업들이 화석연료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셸 등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이 청정에너지 공급을 장려하고 있지만 미국 석유 공룡들은 화석연료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