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연구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연구개발(R&D) 사업비를 대거 집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완주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출연연 R&D 과제 240개 중 장비 도입 없이 사업비를 절반 이상 집행한 과제가 44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KTCS-2급 열차제어시스템 상호연계 적합성 평가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 장비 5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과제 예산 43억6000만원, 장비 예산 45억1700만원을 타갔다. 그러나 내년 12월 과제 종료를 앞두고 사업비 집행률 68%를 보이는 현시점까지 제대로 도입된 장비는 2종에 불과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올해 말 완료되는 ‘인체보호 성능이 강화된 환경친화적 마스크 필터 소재 개발’ R&D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과제 예산 15억원을 받았지만, 여기에 필요한 생분해도 측정 장비 1종을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20년 1월부터 8년간 진행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을 활용한 우주 고밀도 천체의 물질 방출 연구’ 사업을 위해 과제 예산 175억원, 장비 예산 105억원을 받았다. 현재 사업비 집행률이 70%에 달하지만 필요 장비 3종 가운데 1종만 도입한 상황이다.

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R&D 과제 종료 시점이 임박해 장비를 구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연구 장비 도입 시기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장비 사용 기간이 길지 않다”며 “출연연은 연구 특성에 맞게 장비 도입 시기, 사업비 집행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 과제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 R&D 내실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