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돈나는 '혁신의 선구자'인가, 그저 '욕망의 아이콘'일 뿐인가
1927년 영국 소설가 엘리너 글린은 단편소설 <잇(IT)>에서 유명인에겐 있지만 일반인에겐 없는 신비로운 자질을 발견했다. 성적 매력과 카리스마,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무언가다. 글린은 “다른 모든 것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일부 사람만의 자질”이라며 이를 ‘잇(it)’이라고 불렀다.

‘팝의 여왕’ 마돈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은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 메리 게이브리얼의 <마돈나: 시대의 반항아>를 관통한다. 마돈나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로 올라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명성을 얻으려는 욕망, 다른 하나는 단연 ‘잇’이다.

[책마을] 마돈나는 '혁신의 선구자'인가, 그저 '욕망의 아이콘'일 뿐인가
“그의 특별한 분위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시절 마돈나와 작업한 프랑스 가수 패트릭 에르난데스는 이렇게 회상했다. 1982년 마돈나의 ‘그저 그랬던’ 데모 테이프를 들은 한 동료는 부족한 음악적 재능을 압도하는 톱스타의 기운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마돈나의 스크린 데뷔작 ‘수잔을 찾아서’(1985)를 연출한 수잔 세이델만은 “주인공 역의 핵심은 주변을 빨아들이는 능력”이라며 “마돈나 말고는 이를 소화할 수 없다”고 했다.

마돈나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거침없이 활용했다. 자기 경력에 더 도움이 될 만한 매니저를 영입하기 위해 전임자를 인정사정없이 내쳤다. 동성애자 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오빠의 동성애 사실을 본인 허락 없이 밝혔다. 1990년 월드투어에서는 종교적 의상을 입은 댄서들에게 둘러싸여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의 에로틱하고 야심 찬 열망은 그를 향한 국가적 수준의 욕망으로 번졌다.

이런 면에서 책이 마돈나의 삶을 ‘여성 영웅 이야기’로 단순화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저자는 그를 페미니스트와 동성애자, 흑인을 지지한 ‘해방의 여전사’로 추켜세운다. 이는 성공을 향한 갈망, 성실함과 이기주의가 뒤섞인 마돈나의 다양한 면모를 단조롭게 만든다. 대표곡 ‘익스프레스 유어셀프(Express Yourself)’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고 외친 마돈나의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개인적·예술적 오점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평론가들이 그의 작품을 비판하면 저자는 가부장제나 여성혐오의 흔적부터 찾는다. 1988년 공연 ‘스피드 더 플로’에서 마돈나의 경직된 연기를 혹평한 비평가들에 대해 “마돈나는 연출자의 의도대로 연기했다. 작은 흠이라도 찾으려는 집단 광기의 탓”이라고 말한다.

당시 가톨릭계를 충격에 빠트린 성적 퍼포먼스에 관한 서술도 일방적이다. 저자는 “마돈나와 가톨릭을 분리해 이해할 수 없다”고 선언하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둘 사이를 구분하는 듯 보인다. 1989년 ‘라이크 어 프레이어(Like a prayer)’ 뮤직비디오에서 성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두고는 ‘합리적인 해방의 목소리’라고 평가한다. 연출에 이의를 제기한 종교계는 ‘강한 여성이 천벌받기를 바라는 가부장적 꼰대’일 뿐이다.

이런 설명은 당시 불안정한 환경에서 벌어진 혁신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그는 사회적 비난이나 개인적 대가를 감수하면서까지 20세기 대중의 은밀한 욕망을 스타덤에 대한 갈망으로 승화했다. 페미니즘 혹은 퀴어 아이콘으로서의 마돈나는 도덕적으로 복잡하고 모호한 마돈나보다 따분한 주제다. <마돈나: 시대의 반항아>는 욕망의 어두운 면을 중성화하면서 마돈나를 실제보다 덜 반항적인 인물로 그린다.

정리=안시욱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타라 이사벨라 버튼의 서평(2023년 10월 14일) ‘Madonna Review: The Material on the Girl’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