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고…"정치적으론 하마스 승리중, 이스라엘 군사성취 그칠수도"
"확전시 이스라엘 핵 의지할수도…환상 버리고 갈등 완화해야"
하마스의 무조건 인질 석방, 이스라엘엔 팔 난민 피난처 설치 제안

이스라엘 출신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목적은 중동 지역 평화 무드의 차단에 있다고 분석하고, 확전을 막고 평화를 되돌리기 위해 모든 관련국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하라리 교수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하마스가 평화를 막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번 전쟁을 시작했다며 그 근거로 공격 당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적 평화협정 체결이 다가오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이·팔 전쟁] 유발 하라리 "하마스, 평화 영구파괴 의도…全진영 나서야"
이스라엘은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데 이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도 국교 정상화를 모색해왔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평화협정 조건에는 사우디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스라엘이 상당한 양보를 해 수백만명의 팔레스타인인 고통을 즉시 덜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는 목표가 담길 것으로 전망됐다고 하라리 교수는 전했다.

그러나 이 협정 논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단됐다.

하라리 교수는 "(중동 지역) 평화와 관계 정상화 전망은 하마스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며 "하마스는 1987년 창설 이후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비타협적 무장 투쟁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1990년대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슬로평화협정 체결과 후속 평화 노력을 방해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10년 넘게 온건한 팔레스타인 세력과 평화를 이루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를 포기하고 점령지에 대한 매파적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유대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우익 메시아사상도 수용했다고 하라리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번 침공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명을 학살했다"며 "당장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평화 협정을 탈선시키는 것이었고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세계에 있는 수백만 명의 마음에 증오의 씨앗을 뿌려 다음 세대들에서도 이스라엘과의 평화를 막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의 목적이 이렇다면 하마스가 상대방을 '녹아웃' 시키는 수준으로 이번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이 하라리 교수의 판단이다.

하라리 교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돕고 있다"며 "네타냐후 정부가 명확한 정치적 목표 없이 이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원하는데 이는 군사적 성취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팔 전쟁] 유발 하라리 "하마스, 평화 영구파괴 의도…全진영 나서야"
하라리 교수는 하마스 우호 세력이나 국가가 참전해 확전을 거듭하면 핵무기가 동원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와 다른 이란 동맹들이 수만개의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자위 수단으로 핵무기에 의존할 수 있다"며 "핵전쟁이 이론적으론 24시간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든 진영이 성서의 환상과 절대적 정의 요구를 버리고 현재의 갈등을 완화하면서 평화와 화해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 촉구했다.

하라리 교수는 그 일환으로 하마스가 조건 없이 즉각 인질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들이 다른 나라로 피할 수 있도록 하고 가자지구와 국경을 접한 이집트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이집트가 거부한다면 이스라엘이 자국 땅에 가자지구 시민들의 피란처를 마련하고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 구호기구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라리 교수는 "이런 조치는 팔레스타인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동시에 전투지역에 갇힌 민간인을 줄여 이스라엘 방위군이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의 정치적 목표는 평화와 정상화를 위한 기회를 파괴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목표는 평화의 기회를 보존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