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쌍둥이 감독 연출…A24 역대 두 번째 매출액 기록
90초 빙의 챌린지로 몰아치는 신선한 공포…영화 '톡 투 미'
공포 영화 속 비극은 대개 호기심이나 치기에서 비롯된다.

궁금증을 못 이겨서 혹은 겁쟁이로 낙인찍히기 싫어서 가지 말라는 곳엘 가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해 기어코 잠든 악령을 깨우고 만다.

쌍둥이 형제 감독 대니·마이클 필리푸 감독이 연출한 영화 '톡 투 미'의 주인공 미아(소피 와일드 분) 역시 비슷한 이유로 스스로 저주를 불러들인다.

그는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빙의 챌린지'에 충동적으로 도전한다.

제이드(알렉산드라 젠슨) 외엔 변변한 친구가 없는 미아는 이번 기회에 또래들 앞에서 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빙의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 손 모양의 조각을 잡고서 "내게 말해"라고 속삭이면 눈앞에 귀신이 나타난다.

이후 "널 들여보낼게"라고 말하면 귀신이 몸에 들어온다.

단 이 챌린지에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있다.

빙의 시간은 절대 90초를 넘겨선 안 된다.

90초 빙의 챌린지로 몰아치는 신선한 공포…영화 '톡 투 미'
보통의 어른이라면 이런 찝찝한 의식은 구경조차 하기 싫겠지만, 파티에 모인 이들은 온갖 챌린지를 섭렵해 더 이상 웬만한 콘텐츠로는 자극받지 않는 10대들이다.

아이들은 빙의된 상태로 기이한 행동을 하는 미아를 말리기는커녕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고 그의 모습을 촬영한다.

마치 구경거리라도 펼쳐진 듯 손뼉을 치고 낄낄거린다.

정신을 차린 미아도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신이 난다.

그에게 빙의는 금기가 아니라 놀이다.

며칠 뒤 다시 모인 이들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빙의 챌린지를 즐긴다.

각양각색의 귀신을 마주하고 자기 몸에 들였다 내쫓기를 반복한다.

제이드의 남동생 라일리(조이 버드)는 이 모습을 지켜만 본다.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누나가 도통 허락해주지 않아서다.

미아는 제이드가 없는 사이 라일리가 챌린지를 50초간만 하도록 해준다.

하지만 라일리에게 빙의한 귀신이 자신의 엄마라는 걸 알게 된 미아가 자꾸만 시간을 끌고, 결국 마의 90초를 넘겨 버린다.

앞으로 이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질까.

90초 빙의 챌린지로 몰아치는 신선한 공포…영화 '톡 투 미'
동양의 분신사바, 서양의 위저 보드 등 악령을 부르는 의식은 호러 영화의 클리셰다.

하지만 '톡 투 미'는 식상할 만한 이 소재를 가지고 신선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기이한 손 모양과 90초라는 시간제한, 챌린지라는 독특한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게임으로 여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묘한 두려움이 생겨서다.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과 저승 세계는 너무나 '21세기적인' 10대들의 모습과 대비돼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누구보다 디지털과 과학에 밝은 세대들도 악령의 손길을 피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특히 미아가 경험하는 영혼들의 세상과 충격적 결말을 보다 보면 절로 숨을 참게 된다.

'톡 투 미'가 데뷔 영화인 두 감독은 680만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호러·코미디 유튜버이기도 하다.

1990년대생인 이들은 2013년부터 '라카라카'(RackaRacka)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공포 콘텐츠에 열광하는지 가장 잘 아는 젊은 감독들이라는 말이다.

90초 빙의 챌린지로 몰아치는 신선한 공포…영화 '톡 투 미'
이들은 영화를 연출할 때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클은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서로 다른 감정과 장르가 합쳐진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이 그걸 해낸다.

한국 영화는 그만의 톤이 있다"고 말했다.

450만달러(약 6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톡 투 미'는 지난 7월 북미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총 8천950만달러(1천211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 독립영화사 A24가 배급한 영화 가운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액이다.

일찌감치 속편 '톡 2 미' 제작까지 확정됐다.

11월 1일 개봉.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