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단체, 조직적 국고보조금 횡령"…위법·부당 사항 46건 적발
가짜비용·허위계약으로 돈 빼돌려…"정부 보조금을 공돈으로 인식"
18억원 나랏돈 꿀꺽…민간단체 대표 등 73명 감사원서 수사의뢰
일부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한 사실을 감사원이 확인했다.

감사원은 17일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올해 5월 감사 중간발표를 한 뒤 지난달 감사 보고서를 최종 의결했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국고 보조금 부정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중 점검을 벌였다.

감사 대상은 비영리 민간단체와 업무 관련성이 높은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와 서울시, 그리고 이들 부처·기관이 지원하는 민간 단체 900여곳이었다.

감사원은 그중에서도 국고보조금 액수가 많은 단체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며, 그 결과 10개 단체의 조직적인 횡령 등 위법·부당 사항 총 46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 올해 3월부터 4차례에 걸쳐 해당 단체 대표 등 73명을 횡령,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한 10개 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 총액은 18억 800만원이고, 수사 의뢰된 건에 해당하는 금액은 17억 4천여만원이다.

감사원은 문체부, 여가부 등 관계 부처에는 보조금 교부 취소·반환 등 시정을 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부 민간 단체는 허위 경비나 인건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이나 허위 계약으로 국고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의뢰된 대표적 사례는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참여한 한 재단의 이사장 A 씨다.

그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맡고는 근무일 100일 중 절반 이상을 일하지 않고 임금을 받았고, 해외여행 중에 근무를 한 것처럼 조작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의 보조 사업에 참여한 B 비영리단체 본부장은 회계 직원과 공모해 강사료, 물품, 용역 대금 등 허위 경비를 지급했다가 되돌려 받는 방식 등으로 보조금을 횡령했다.

이 단체가 이런 식으로 빼돌린 국고보조금은 본부장 손녀의 승마용 말 구입비, 유학비 등 개인적 용도로까지 사용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이밖에 퇴직했거나 근무하지 않는 임직원에게 인건비를 허위 지급하고, 보조 사업 대표나 가족 간 허위 계약을 하거나, 이미 개발한 제품을 새롭게 개발한 것처럼 제출해 보조금을 받는 사례도 주요 문제점으로 확인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최근 일부 단체의 회계 부정 사건 등으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를 특정 사안 감사로 점검했다"며 "비위 행위를 엄단하고, 정부 보조금을 공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