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은미 감독 장편 데뷔작…"청년들 현실과도 오버랩"
탈북민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북한을 떠나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20대 여성 한영(이설 분)은 중국어를 잘해 관광 가이드가 된다.

한영은 꿈이 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돈 많이 벌어 잘살고 싶다"고 답하고,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건배할 때도 "돈 많이 벌자"고 주문이라도 외듯 외친다.

그에게 한국은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 기회의 땅이다.

곽은미 감독의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코리안 드림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온 탈북민 한영의 이야기다.

2015년 가을 한영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시험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영은 서울의 고궁과 명동 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열심히 살아가지만, 얼마 못 가 난관에 부딪힌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끊기자 여행사들은 경영난에 빠진다.

일거리가 확 줄어든 한영은 호프에서 아르바이트한다.

함께 탈북한 남동생은 지방 조선소에 취업해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무슨 일인지 연락이 닿지 않아서 걱정이다.

중국에서 친동생처럼 지낸 샤오(박세현)도 한영을 찾아왔다가 불법 체류를 하려고 갑자기 잠적하면서 한영은 경찰 조사까지 받는 처지가 된다.

한영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한국에서는 '인맥 빨'이 중요하다는데 도와줄 사람도 없다.

둘도 없는 탈북민 친구 정미(오경화)마저 이민을 떠나려고 한다.

탈북민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탈북민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한국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극적인 효과를 내려고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탈북민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표정 같은 것들로 한국 사회의 차가움과 각박함을 드러낸다.

이는 탈북민들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곽 감독은 지난 10일 시사회에서 이 영화의 촬영을 앞두고 젊은 탈북민들을 만났다며 "그들의 말을 듣다 보니 탈북민뿐 아니라 많은 청년이 겪는 취업난과 같은 현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배우 이설은 꿈을 안고 한국에 왔으나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한영을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올해 4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드라마 '옥란면옥'(2018)에서도 탈북민을 연기했던 그는 북한식 말투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제28회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제42회 밴쿠버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도 초청됐다.

이 영화는 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갈거야'(2011), '첫 데이트'(2012), '열정의 끝'(2015), '대자보'(2017) 등 단편으로 주목받았다.

18일 개봉. 95분. 12세 관람가.

탈북민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