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The World's Best Employers)'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포브스는 독일 여론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와 협력해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인도, 베트남 등 50여개국에서 1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추천된 4000여개 기업 중 700개 기업의 순위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임직원들은 소속 회사의 사회적 책임, 경제적 성과, 근무 여건 등에 대해 응답했으며,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에 대해서도 추천 여부와 긍정·부정 이미지 등을 평가했다. 이 조사는 설문 응답자 모집 등 전 조사과정에 기업이 전혀 관여할 수 없으며 응답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올해 미국, 유럽의 유력 기업들이 상위에 오른 가운데, 삼성전자는 2020~2023년 4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상위 20위 기업 중 아시아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회사 측은 "삼성전자에 대한 임직원들의 만족도와 자긍심이 타 기업 대비 높고 동종 업계의 인식도 긍정적인 결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삼성전자 등 상위 기업들을 조명하며 성장 기회, 글로벌 협력, 원격근무, 일에 대한 의미 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 시스템과 일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있으며,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사내 식당, 사내 의원, 피트니스센터, 심리상담센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임직원들의 자발적 네트워킹 모임인 ERG(Employee Resource Group) △'솔브 포 투모로우',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의 참여를 늘리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사내 아이디어 공유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 △국내외 우수 인력간 상호 교환 근무 제도인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직무·리더십 통합 교육을 제공하는 'The UniverSE(The University of Samsung Electronics)' 등을 운영해 임직원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 (Interbrand)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에서 브랜드 가치 877억 달러로 3년 연속 5위를 기록한 바 있다.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국내 대표 IT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실적이 하루 차이로 발표된다. 한발 앞서 실적을 공개한 LG전자가 증권가 예상을 웃돈 '깜짝실적'을 거두면서 삼성전자가 오는 11일 발표할 잠정 실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올 들어 처음으로 조단위 영업이익을 담은 분기 성적표를 발표하겠지만 반도체 부문 적자 규모를 통한 바닥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오전 잠정 집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올 상반기보다는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력인 반도체 업황의 더딘 회복으로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에선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8조287억원, 2조1927억원이다. 하반기 계절적인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예상보다 회복이 더디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1.4%, 79.79%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10조원이 넘던 영업이익은 올해 2조원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올해 1, 2분기 6000억원대보다는 뚜렷하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의 관심사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DS)의 적자 규모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DS부문에서 9조원대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에는 상반기보다 적자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3조~4조원대 수준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 경험(DX) 부문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조기 출시한 갤럭시Z 플립5·갤럭시Z 폴드5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증권은 3분기 삼성전자 DX 부문 영업이익은 3조5000억~4조원, 디스플레이(SDC)는 1조6000억원, 전장 자회사 하만은 3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적 부진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반도체 업계 실적의 '풍향계'로 꼽히는 마이크론은 최근 2023 회계연도 기준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영업적자가 각각 40억1000만달러(약 5조4094억원), 14억7200만달러(약 1조985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3분기 영업손실(23억300만달러·17억61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어 올 3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전자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이 예상보다 악화하자 지난 4월 이례적으로 감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성수기에 진입한 올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디램(DRAM) 수익성은 ‘2차 감산’ 효과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올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모든 면에서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3분기부터 삼성전자는 재고 축소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저가 판매를 중단하고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급 개선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부문 실적은 올해 14조원 영업손실에서 내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LG전자는 올해 3분기 1조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본업인 가전 사업과 신(新)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VS(자동차 전장) 사업의 호조가 주효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33.5% 뛴 9967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를 20% 넘게 상회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이병철(삼성) 최종건(SK) 정주영(현대) 구인회(LG) 신격호(롯데). 맨주먹으로 거대 기업을 일구며 한국 근대화를 이끈 주인공들이다. 이들 창업회장은 각자의 경영철학을 담아 기업가정신을 정립했다. 키워드는 도전과 혁신이다. 이들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사명감을 품고 반세기 전 도전한 반도체 가전 자동차 조선 에너지 사업은 한국이 글로벌 첨단 산업을 선도하는 원동력이 됐다.◆누구도 예상 못한 반도체·자동차 신화이들 창업회장의 도전과 혁신이 일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30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꼽힌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83년 2월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선언’이다. 일본 반도체기업 경영자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국가적 견지에서 먼저 반도체사업을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 창업회장의 유지는 이건희 선대회장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1992년 12월 사업 진출 10년 만에 D램 세계 1위에 올랐다.“이봐, 해봤어?”란 말은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짓지 않은 그의 신념은 포장도로조차 흔치 않던 한국의 작은 기업 현대자동차를 세계 3위 완성차회사로 도약시키는 데 밑거름이 됐다. 세계 1위 조선 강국을 이루는 초석이 되기도 했다. 1970년 겨울, 공사도 시작하지 않은 조선소 부지를 찍은 항공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선박을 수주한 그의 배짱과 뚝심은 ‘K기업가정신’의 정수로 꼽힌다.20년 전 시작된 투자로 최근 자동차 전자장비, 배터리 사업에서 빛을 보고 있는 LG의 뚝심은 구인회 창업회장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한층 더 큰 것,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며 끝없는 신사업 도전을 당부했다.◆한국만의 ‘사업보국’ 기업가정신창업회장들을 도전과 혁신의 길로 이끈 건 그들이 가슴에 품었던 사업보국 신념의 영향이 크다. 일자리를 창출해 임직원, 더 나아가 국민의 배를 채워주고 달러를 벌어와 국가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열정이 경제 발전으로 이어졌다. 한국 기업 창업회장들의 기업가정신이 외국의 창업정신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한국의 독특한 기업가정신은 기업 발전 과정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대표적 사례가 LG의 화학사업 진출이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1951년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1952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플라스틱 빗과 칫솔 등을 내놨다. 생필품 구하기가 쉽지 않던 시기에 국민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으로 평가된다.섬유사업이 모태인 SK가 에너지, 통신 분야로 사업을 꾸준히 키우는 과정에서도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최종건 창업회장의 사명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임직원에게 “우리 세대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며 “회사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회장은 투자비 회수율이 낮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관광산업에 뛰어들었다. 관광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관광보국’의 신념 덕에 롯데는 호텔산업 강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자원 빈국 약점을 인재경영으로 돌파도전과 혁신 의지만으로 기업을 일으킨 건 아니다. 창업회장들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할 방안을 고민했다. 찾은 답은 ‘인재’였다. 한국 대기업들이 임직원 역량 강화와 복지 증진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다.삼성의 핵심 기업가치 중 하나인 ‘인재 제일’은 이병철 창업회장의 지론에서 출발했다. 그는 “10년의 계(計)는 나무를 심는 데 있으며, 100년의 계는 사람을 심는 데 있다”고 말했다. LG는 ‘인화(人和·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하라)’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인재 경영에 주력했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후대 경영인에게 “한 번 사람을 믿으면 모두 맡겨라”라고 당부했다.창업회장들은 장학사업에도 힘썼다. 1983년 사재 5억원을 들여 장학재단을 설립한 신격호 창업회장은 당시 “학생들이 국가와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