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방어 체계를 자랑하던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첨단 공중 방어망인 ‘아이언 돔’은 하마스의 로켓 물량 공세에 한계를 드러냈고 6m 높이의 국경 장벽과 스마트 감시시스템은 패러글라이더와 구형 오토바이에 유린당했다. 300여 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은 이스라엘 길거리를 활보하며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최소 수십 명을 인질로 삼은 뒤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천문학적 자금을 들인 첨단 방어 시스템이 불과 수백 명의 비정규군과 저가의 재래식 무기들에 의해 얼마나 손쉽게 무력해지는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안보 인식이 허술해진 틈을 노렸다. 하마스의 공격은 유대교 안식일 새벽에 단행됐다.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을 꾀하는 등 중동이 오랜만에 평화 모드에 있던 터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도 방심했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편으로 정쟁이 고조되고 사회 여론은 갈라져 있었다. 하마스는 이 시점을 파고들었다. 기습 공격 직후에는 SNS에 이를 생중계해 이스라엘 내부의 혼란을 극대화했다.

비슷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전력은 하마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시간당 1만 발을 퍼부을 수 있는 장사정포가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있다. 북한의 특수 부대 규모는 2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유사시에 저고도 침투용 항공기인 AN-2기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와 요인 암살, 주요 시설 파괴, 화학 테러 등으로 사회를 교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그동안 AN-2기나 무인기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조악한 수준”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가 컸다. 2016년 국방부 국정감사 때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미 잘 대응하고 있다”는 식으로 넘겼다. 이듬해 북한 무인기가 이를 비웃듯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를 훑고 다녔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정세가 급박해지는 가운데 북한은 재래식·비재래식 무기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력을 끊임없이 증강하고 있다. 우리 대응 태세가 소홀하지 않은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