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 증가에 '제3지대' 주목…구심점·지역기반 부재에 '찻잔속 태풍' 될수도
인재 영입·이미지 쇄신 경쟁도 개막…여야 '물갈이 진정성'도 승부처
아전인수에 선거제 개편 부진…'위성정당 코미디' 낳은 준연동형비례제 존폐 주목
[총선 6개월] 이재명 사법리스크·공천갈등·무당층 향배…승패변수 주목-2
◇ 공천 갈등·무당층 증가에 '제3지대' 촉각…구심점·지역기반 부재는 약점
거대 양당의 공천 갈등이 파동 수준으로 비화한다면 각 당 이탈자의 발생과 함께 '제3지대'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
정치 양극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가 깊어지면서 현시점의 각종 여론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30% 안팎인 것도 제3지대가 주목받을 수 있는 배경이다.
현 시점에서 제3지대는 두 지점에서 꿈틀대고 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지난 8월 '한국의희망'을 창당했고, 금태섭 전 의원은 12월께 '새로운선택' 창당을 완료할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 온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새로운 중도·보수 연합 세력 구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원내 3당인 정의당에서 전·현직 당직자들이 대거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등 진보 진영의 이합집산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현 정치 지형에서 제3지대가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구심점으로 작용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도, 텃밭이 돼 줄 만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지닌 세력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사례도 당시 대권 주자급인 안철수 의원의 존재와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한국의희망'이나 '새로운선택'은 각종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대상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는 없다"며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현재 무당층은 과거와 달리 정치 무관심층에 가깝다"면서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민주당 비명계 등의 탈당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고 결국 양당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 6개월] 이재명 사법리스크·공천갈등·무당층 향배…승패변수 주목-2
◇ 인재 모시고 로고 바꾸고…물갈이·쇄신 경쟁 개막
거대 양당은 무당층 표심 흡수를 위한 물갈이·쇄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외연 확장을 노린 인재 영입전이 막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재 영입의 풀을 최대한 넓힌다는 목표 아래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인사들을 적극 영입해 총선용 '범보수 빅텐트'를 구축, 중도·무당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달 조정훈 의원이 합류했고, 민주당 출신 전직 지자체장과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관료 등이 입당했다. 과거 운동권이나 진보 진영 인사들, 여성·청년들과의 물밑 접촉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나면 총선기획단과 함께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해 '새 피' 수혈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여성과 청년은 물론 무당층·중도층 표심에 어필할 수 있는 인사들을 포섭함으로써 여당과의 인재 영입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로고 교체를 추진하며 '이미지 쇄신'에도 나선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만든 현재 로고를 빨강·파랑을 섞은 'ㄱㅎ' 로고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최고위 회의 배경 현수막을 통해 선보였다.
민주당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만든 현재의 당 'PI'(Party Identity) 변경을 물밑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항상 나오는 물갈이, 개혁 등 구호가 단지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실제 과감한 인적 쇄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여야 모두 주류가 비주류를 집중적으로 낙천하거나, 의정활동 능력이나 경력이 떨어지는데도 주류 측 인사라는 이유로 공천하는 등 적극적인 물갈이에 나서지 않는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과거 총선에서도 여러 차례 입증된 명제이기도 하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16∼18일 1천37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3.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내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 교체되는 게 낫다'는 응답이 53.8%를 기록했다. '한 번 더 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자는 27.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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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제 개편 향배는 여전히 깜깜이…선거구 획정도 지지부진
'게임의 법칙'인 선거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 모두 각자의 셈법에 따라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을 놓고 수 싸움을 벌이느라 협상에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단 지난 총선 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꼼수 위성정당'이 출현했고, 이를 고쳐야 한다는 인식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소선거구제 유지' 정도에 공감대가 있을 뿐 입장차가 현격하다.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 '3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 의석수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3개 권역은 수도권과 중부, 남부(영·호남)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이전 체제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단순 배분한다는 점에서 준연동형제와 다르다.
여야 간 입장차에다 각 당 내부에서도 지역구 범위, 선출 의원 수 등을 놓고 아직 완전히 의견이 모이지 않은 상태라 협상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은 거대 양당이 '꼼수 위성정당' 당시처럼 기득권을 강화하는데 골몰한다며 비난한다.
선거제 개편이 미궁에 빠지면서 또 다른 난제인 선거구 획정 문제는 이미 법정 시한을 6개월이나 넘겼다.
geei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