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최중량급 우승…장미란 이후 13년만
[아시안게임] '포스트 장미란' 굳힌 박혜정…세계선수권 이어 AG서 金 '번쩍'
'장미란 키즈' 박혜정(20·고양시청)이 2023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장미란 후계자'로 올라섰다.

역도를 시작하는 선수 대부분이 '제2의 장미란'을 꿈꾼다.

하지만 역도계가 '제2의 장미란'으로 평가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박혜정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정상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금메달을 딴 후, 13년 만에 한국인 아시안게임 역도 챔피언이 탄생했다.

이 체급 최강자 리원원(23·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하긴 했지만, 박혜정이 목에 건 금메달의 가치는 줄지 않는다.

[아시안게임] '포스트 장미란' 굳힌 박혜정…세계선수권 이어 AG서 金 '번쩍'
20일 전인 9월 17일(한국시간), 박혜정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에서 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역도선수권에서는 인상, 용상, 합계에 모두 메달이 걸렸다.

장미란은 현역 시절 총 4차례(2005년 카타르 도하, 2006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2007년 태국 치앙마이, 2009년 한국 고양시)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 기간에도 인상은 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줬다.

박혜정은 한국 역도 여자 선수 중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인상, 용상, 합계에서 1위에 오른 선수로 기록됐다.

물론 아직 박혜정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세계선수권 4회 우승을 달성하며 역도계를 평정한 장미란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포스트 장미란'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이력을 쌓고 있다.

평범한 소녀였던 박혜정은 장미란의 경기 장면을 본 뒤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하겠다"며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왔다.

박혜정은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박혜정은 지난해 5월 그리스 헤라클리온에서 벌인 세계주니어선수권,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치른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했다.

그런 그에게도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은 꽤 컸다.

박혜정은 "어릴 때부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동시에 기대만큼 기록이 오르지 않아 부담감도 자랐다"며 "고교 3학년 때는 방황도 하고, 슬럼프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안게임] '포스트 장미란' 굳힌 박혜정…세계선수권 이어 AG서 金 '번쩍'
고교 2학년 때 합계 290㎏을 들었던 박혜정은 고교 3학년 목표를 '합계 300㎏'로 정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이던 2022년 그의 합계 최고 기록은 합계 285㎏이었다.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지난해에는 합계 274㎏(인상 119㎏·용상 155㎏)으로 8위에 그쳤다.

올해 실업 생활을 시작한 박혜정은 5월에 열린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들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의 합계 기록 315㎏(인상 140㎏·용상 175㎏)과 격차가 있었지만, 박혜정은 합계와 인상 2위, 용상 3위에 오르며 또 한 번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2020년 이후 합계 295㎏ 이상을 든 여자 선수는 리원원과 박혜정, 단 두 명뿐이다.

9월 세계선수권, 10월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면서, 박혜정의 자신감이 더 자랐다.

한국 역도는 2008년 베이징 이후 끊긴 한국 역도의 올림픽 금맥도 박혜정이 다시 캐줄 것으로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