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의 위력…살찌우는 콜라株, 확 빠졌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들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식료품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코카콜라, 펩시코, 몬델리즈 등 음식료업체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약물 복용, 식품 소비에 영향”

먹는 비만약의 위력…살찌우는 콜라株, 확 빠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코카콜라는 4.83% 하락한 주당 52.38달러에, 펩시코는 5.22% 떨어진 160.10달러에 장을 마쳤다.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델리즈인터내셔널도 전날보다 5.26% 급락한 65.07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 주가는 1.19% 하락한 159.08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존 퍼너 월마트 미국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한 인터뷰에서 비만약으로 인해 “전체 장바구니 수요가 약간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며 “(구매) 단위가 작고 (구매 식품당) 칼로리도 낮다”고 밝힌 것이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비만약을 투약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식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링글스 제조사인 켈라노바의 스티브 카힐라네 CEO도 “(비만약이) 식습관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비슷한 맥락의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모건스탠리가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는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들은 설탕과 지방 함량이 높은 과자·음료·제과류 소비를 3분의 1가량 줄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비만 환자의 3분의 2는 약물 투약 전엔 하루에 세 번 이상 간식을 먹었지만 약물을 투약한 이후엔 하루 두 번 이하로 간식 섭취 횟수가 줄었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대해 “제과·스낵 기업 등은 비만 약물 사용 증가로 인해 가장 큰 실적 악화 위험에 처했다”며 “2035년까지 소비가 최대 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보노디스크, 덴마크 경제 전체 흔들어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 주사제다.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6월 성인용 비만 치료제로 위고비를 출시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오젬픽’에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라이릴리 역시 당뇨 치료제로 개발한 ‘마운자로’를 비만 치료제로 내놓기 위해 신약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달 주사값을 기준으로 위고비는 1350달러에 달한다. 비싼 가격에도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도 2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위고비로 살을 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위고비가 인기를 끌면서 모건스탠리는 2030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 예상치를 540억달러에서 770억달러로 43% 늘렸다.

이 덕분에 노보노디스크의 지난 2분기 순이익은 194억2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45% 증가했다. 올해 초 주당 67.67달러였던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89.9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가 소매업체의 의약품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소매업체는 식품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약도 함께 판매한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체중 감량 약을 복용하는 고객은 음식을 덜 구입하더라도 (약 구매로)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