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통한 세 번의 인생 그려…멜로·스릴러·SF 요소
봉준호·홍상수 감독 높이 평가…"봉 감독 차기작 기대"
'더 비스트' 감독 "배우 레아 세두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프랑스 영화감독 베르트랑 보넬로의 신작 '더 비스트'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다.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의 짐승'을 토대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가브리엘은 환생을 통해 1910년 프랑스 파리의 피아니스트,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모델, 2044년 감정이 사라져버린 세상의 여성으로 살아간다.

세 번에 걸친 가브리엘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형언할 수 없이 끔찍한 그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다.

짐승을 뜻하는 영화 제목 '더 비스트'는 그 공포의 대상을 가리킨다.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이해하긴 어렵지만, 관객은 무의식과 꿈에 관해 생각해보게 된다.

프랑스의 명배우 레아 세두는 가브리엘 역을 맡아 신비로운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더 비스트'는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이 섹션에선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을 소개하고 감독이나 배우가 관객과 직접 소통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보넬로 감독은 6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 비스트'에 대해 "가브리엘에 관한 영화일 뿐 아니라 가브리엘을 연기하는 여배우에 관한 영화"라며 "어떻게 보면 가브리엘에 관한 픽션이자 레아 세두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아 세두는 프랑스 배우들 가운데 ('더 비스트'가 그리는) 세 개의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가브리엘의 상대 역인 루이는 조지 맥케이가 연기했다.

가브리엘과 루이는 세 번에 걸쳐 인연을 이어가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끊임없이 실패한다.

당초 보넬로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루이 역에 가스파르 울리엘을 염두에 뒀지만, 지난해 초 그가 스키 사고로 숨지면서 맥케이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보넬로 감독은 세두에 대해선 "세트장에선 바로 연기에 들어가길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강력하게 본능적인 게 있다"고 평가했다.

맥케이의 스타일은 이와는 대조적이라는 게 보넬로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맥케이는 촬영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다"며 "세트장에 도착할 땐 이미 모든 게 그의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더 비스트' 감독 "배우 레아 세두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보넬로 감독은 원작인 헨리 제임스의 소설에 대해 "제겐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라며 "그 소설의 사랑과 공포를 좀 더 밀어붙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사랑과 공포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더 비스트'는 멜로 드라마이면서 스릴러의 요소를 갖췄다.

비둘기와 같은 소재를 활용해 연출해낸 강렬한 서스펜스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정적을 깨뜨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같은 음향 효과도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더 비스트'는 SF의 요소도 지녔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지배하면서 인간의 감정이 사라져버린 2044년은 어둡고 무서운 느낌의 디스토피아로 그려졌다.

이 영화가 그려낸 세 개의 시간적 배경 가운데 1910년은 멜로 드라마, 2014년은 스릴러, 2044년은 SF의 색채가 짙다고 볼 수 있다.

보넬로 감독은 "한 영화에 여러 장르를 섞으려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AI에 관해선 "챗GPT에 '각본을 써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4∼5초 만에 해냈다.

죽 읽어 보니 그리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멍청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3년쯤 지나면 훨씬 강력해질 것"이라며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넬로 감독은 "20세기적인 사고방식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창작엔 인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 영화에 관한 질문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감독은 봉준호와 홍상수"라며 "홍 감독은 프랑스 감독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

봉 감독은 많은 요소를 영화에 녹여낸 놀라운 감독으로, 차기작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 비스트' 감독 "배우 레아 세두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