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음 단계로 올라설 때입니다(It’s time to move up).”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회장이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규제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릭스 회장은 혁신적인 신약이 한국 환자들에게 빠르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글로벌 수준에 발맞춰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허가 및 급여 측면에서 규제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릭스 회장은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규제 때문에 글로벌 신약 도입이 늦춰지거나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렵게 의약품이 허가돼도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 구조상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받는다 하더라도 매우 지연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업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다양하고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혁신 신약이 다른 국가와 동시에 허가되고, 공정한 가격으로 빠르게 출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이 처음 출시된 뒤 한국에서 급여가 적용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6개월(약 4년)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출시된 460개 신약 중 최초 출시 후 1년 내 도입된 신약은 5%에 불과했다. 또 한국의 건강보험 급여 신약 비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20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영국(48%)의 절반 수준이다.

릭스 회장은 신약 허가를 늦추는 원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한국 규제당국에 신약 허가 시 제출해야 하는 임상 연구에 한국 환자 비율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조금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한 질환의 경우 거의 모든 인류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는 사실을 (한국 규제당국이) 고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