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복싱 간판 방철미, 창위안에 2018 아시안게임 결승 패배 갚아
창위안 "방철미는 정말 멋진 선수…누가 금메달 따든 축하하게 돼"
[아시안게임] 방철미의 '5년 벼른 설욕'…창위안은 "우린 라이벌이자 친구"
"우린 오래 아는 사이에요.

경기장에서는 라이벌이지만, 내려오면 친구죠."
창위안(중국)은 4일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54㎏급 결승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장을 찾아 북한 방철미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창위안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맞붙었다"며 "방철미와 경기라면 누가 금메달을 가져가든 상관없이 축하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과 한 시간 전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웠다.

승자는 방철미였다.

3-2로 판정승을 거뒀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명승부였다.

경기 초반 창위안이 근접전으로 경기를 유도하려 파고들자 거리를 유지하려 뒤로 피하다가 방철미가 주도권을 내줘 1라운드를 빼앗겼다.

그러자 방철미는 2라운드부터 '맞불 작전'을 놨다.

단숨에 거리를 좁혀 연타를 퍼부었고, 짧은 순간에 서로 수 차례 주먹이 오가는 난타전 양상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경기 종료 직후 혈투에 따른 흥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심판은 방철미의 손을 들어주면서 희비가 갈렸다.

기쁨에 찬 방철미는 코치에게 얼른 달려가 기쁨을 보였고, 창위안은 망연자실했다.

둘의 인연이 '악연'으로 풀린 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다.

[아시안게임] 방철미의 '5년 벼른 설욕'…창위안은 "우린 라이벌이자 친구"
둘은 5년 전 대회 여자 51㎏급 결승전에서도 맞붙었다.

그때는 반대로 창위안이 3-2로 판정승했다.

그러나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고 여긴 방철미는 경기 결과가 나온 후에도 링을 떠나지 않았다.

아예 링에 주저앉아서 신발을 벗었다.

북한 코치까지 링으로 들어와 심판진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방철미와 코치가 심판진의 제지에도 따르지 않고 링 위에서 항의를 이어가자 경찰이 나서 둘을 데리고 장내를 떠난 것이다.

당시 분위기는 냉랭했다.

방철미는 시상식에서 중국 국기가 올라가자 고개를 돌렸고, 메달리스트를 위한 포토 세션에도 응하지 않았다.

5년 후, 벼르던 설욕에 성공한 방철미는 활짝 웃으며 시상대 맨 위에 섰다.

그보다 한 칸 낮은 단상에 창위안이 있었다.

4강에 올라 동메달을 받은 인도의 프리티, 우즈베키스탄의 니기나 우크타모바와 차례로 포옹한 방철미는 창위안과는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두 선수의 서먹한 관계가 드러난 듯했다.

그러나 곧장 방철미가 먼저 쭈뼛대는 창위안에게 팔을 뻗으며 조용히 포옹했다.

창위안은 "저번에도 그 선수(방철미)와 결승전을 치렀다.

이번에는 54㎏급으로 왔는데, 둘 다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며 "오늘 스스로에 졌다.

너무 이기고픈 갈망이 커서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방철미의 '5년 벼른 설욕'…창위안은 "우린 라이벌이자 친구"
그러면서 방철미를 두고 "정말 멋진 상대, 멋진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을 지나던 방철미는 '5년 전 패배를 설욕한 소감을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조용히 눈웃음만 지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방철미는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을 10여 분 남기고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북한 선수들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불참은) 전적으로 북한 측의 결정"이라며 "그들이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고만 답했다.

경기장 밖에서 만난 북한팀 관계자는 불참 이유에 관한 질문에 "그건 조직위 쪽에 물어보라"고만 대꾸했다.

금강산체육단 소속 방철미는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51㎏급 우승자로, 지난해 북한의 '공화국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섰다.

2018년과 2021년, 2022년 북한의 '10대 최우수 선수'에도 뽑힐 정도로 북한 체육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이번 대회 개회식에는 사격의 박명원과 함께 북한의 기수로 나섰다.

[아시안게임] 방철미의 '5년 벼른 설욕'…창위안은 "우린 라이벌이자 친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