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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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학력이 높을수록 기대 수명이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학 졸업을 기점으로 수명이 10년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수명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고학력자일수록 기대 수명이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4년제 대학교 졸업 여부를 기점으로 기대수명 격차가 10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교수와 국제보건경제협회(iHEA)로부터 보건경제학 분야 최고 논문상인 케네스애로상을 수상한 앤 케이스 교수가 공동 연구한 결과다.

프린스턴대 연구진에 따르면 2021년에 25세(1996~1997년 출생자)가 된 성인의 경우 4년제 대학 학위가 있는 졸업생이 학부 학위가 없는 사람보다 기대 수명이 10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에는 학력에 따른 기대 수명 격차는 3년에 그쳤다.

고학력자의 기대 수명이 저학력자보다 긴 이유로는 환경적 요인이 꼽힌다. 대학 졸업자가 저학력자보다 부유한 덕에 건강 관리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립교육통계센터(NCE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대졸자의 평균 연봉은 6만 1600달러로 고졸 취업자 평균 연봉(3만 9700달러)에 비해 55%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 환경도 기대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저학력자일수록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기 사고 및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고학력자에 비해 많았다. 실제 켄터키주의 폐광 마을인 페리 카운티 주민의 기대 수명은 69년으로 미국 평균(76년)보다 낮았다. 지역 경제가 황폐화하자 펜타닐 복용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이 수명 격차를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임금 수준은 일본, 독일 등 다른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지만, 기대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중위 임금은 25% 증가하는 동안 독일의 중위 임금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으로 독일(81.7년)이 미국(76.1년)을 압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악화로 인한 절망을 약물복용으로 회피하는 미국인이 점차 늘고 있다"며 "미국은 사실상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