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사진=박시온 기자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사진=박시온 기자
임대차 계약 후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공인중개사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현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세입자 A씨 등 2명이 임대인 B씨와 공인중개사 C씨,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는 원고들에게 보증금 7500만원을, 공인중개사와 협회는 이 중 1125만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 등은 2021년 11월 B씨 소유의 다가구주택 한 호실을 보증금 7500만원으로 2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체결 당시 이 건물 및 부지에는 채권최고액 3억1200만원의 선순위 근저당권과 다른 임차인들의 선순위 보증금 3억2700만원이 설정됐다.

문제는 C씨가 선순위 보증금에 대해 세입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발생했다. C씨는 "2억500만원의 선순위 보증금 외 별도의 권리관계, 세금 체납 사실이 없다"고 세입자들에게 전했다. 또한 "B씨가 서류 제출을 거부했다"는 사실만 구두로만 설명했다.

A씨의 입주 2주 후 해당 건물은 경매로 넘어갔고 이듬해 10월 매각됐다. A씨 등은 경매법원에 배당을 요구했지만,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하자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세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들이 경매 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해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만큼 임대인 B씨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인중개사의 배상책임도 함께 인정됐다. 재판부는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은 공인중개사가 설명한 보증금과 금액 차이가 상당한데, 이는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등기에 없는 권리관계에 대한 자료 확인 의무 및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면 부정확할 수 있는 정보임을 고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