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아이폰15 출시만 기다렸는데"…잇따른 악재에 무너진 LG이노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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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이폰 금지령’과 생산차질에 52주 최저가 찍고 횡보
“생산 차질 해소…4분기엔 사상 최대 실적 기대”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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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됐지만, 관련 종목들이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중국에서 ‘아이폰 금지령’이 내려졌고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다, 출시 이후엔 고가 모델인 아이폰15프로 모델의 품질 이슈가 불거진 탓입니다. 대표적인 아이폰 관련 종목인 LG이노텍의 주가도 지난달 13일에 52주 최저가를 찍은 뒤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가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악재가 불거져 주가가 급락했지만, 목표주가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산 차질로 3분기에 발생할 매출이 4분기로 미뤄졌다며, 4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및 생산 차질 악재로 52주 최저가로 무너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LG이노텍은 24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되기 전인 8월말과 비교하면 한달 동안 9.44% 하락했습니다.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되기 전부터 악재가 터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에게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산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서 새로운 아이폰의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고 우려됐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지 6거래일만에 LG이노텍은 52주 최저가(24만500원)를 다시 쓰게 됩니다.

아이폰15 시리즈의 출시도 LG이노텍의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되레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프로맥스 모델의 발열 이슈와 내구성 문제가 불거졌죠. 특히 발열 이슈에 대해서는 애플이 이례적으로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폰 시리즈가 출시된 직후 악재가 터지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큰 호평을 받았던 직전 시리즈인 아이폰14 시리즈에서도 통화품질 불량, 카메라 떨림 등의 자잘한 품질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더 큰 악재는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이 있는 중국 정저우 지역의 봉쇄로 인한 공급 차질 입니다. 이로 인해 인기를 끌었던 프로‧프로맥스 모델의 경우 제품을 받기까지 길게는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이폰14 시리즈 구매를 포기하고 다음 모델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었고, 실제 판매량도 전작인 아이폰13 시리즈에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LG이노텍이 공급한 카메라모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가 모델은 올해 상반기에도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생산 차질 해결로 4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 기대돼

증권가에선 아이폰15 시리즈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품질 승인이 거절됐고, 소니의 이미지센서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른 부품의 정상 수율 확보 지연으로 7~8월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 매출이 부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부품이 부족하니 LG이노텍으로부터 카메라모듈도 덜 사갔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LG이노텍의 3분기 실적은 부진할 전망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5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반토막 수준입니다.

3분기에 덜 팔린 카메라모듈의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4분기로 미뤄졌을 뿐입니다. 증권사들이 LG이노텍의 4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기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777억원으로 집계돼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5 프로맥스 모델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와 이미지센서의 생산 차질이 9월 중순 이후 크게 해소되고 있다”며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출하량은 비수기인 12월로 갈수록 이례적인 증가세를 나타내 4분기에 성장 모멘텀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가 모델인 프로‧프로맥스 제품의 판매 비중이 더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눈길을 끕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한 번 구매할 때 좋은 스마트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하이엔드 스마트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폰15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프로맥스 제품에 들어가는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은 LG이노텍이 단독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행 PBR이 2020년 이후 최저” 저가 매수 기회일까?

이폰15 시리즈 중에서도 LG이노텍의 점유율이 높은 고가 모델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면, 지난달의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가 될 겁니다.

김동원 연구원은 “52주 신저가 근처에 있는 LG이노텍 주가는 아이폰15 시르즈 관련 모든 우려를 이미 선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아이폰15 시리즈의 수요 증가는 LG이노텍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LG이노텍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7만1842원으로, 지난달 종가 대비 52.08%의 상승여력이 있습니다. 지난달 주가 급락이 나타난 뒤 한국투자증권(41만원→36만원)과 대신증권(38만원→35만원)이 목표주가를 하향했지만, 6개월 이상 변하지 않았던 목표주가를 다시 제시한 성격이 강합니다.

목표가를 내린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5 시리즈 관련) 우려를 반영한 실적 추정치를 기준으로 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0년 이후 최저점”이라며 “업황 및 실적 변곡점에서의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